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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
2년 전 2007년 여름, 그 무더운 시절에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로 한국교회는 큰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그 여름이 다 지나고 이미 우리의 곁을 떠났던 고 배형규 목사님의 장례가 치러졌다. 그의 소원대로 피랍되었던 사람들이 돌아온 이후에야 겨우 치러졌던 그의 장례식은 전 한국교회의 슬픔 가운데 거행되었다. 장례식날 오후 필자는 한 기독교언론의 주선으로 안티기독교를 대표한다는 한 청년과 대담을 하게 되었다. 2시간쯤, 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피랍자 중 두 명만 죽은 것이 아쉽다"는 그의 말이었다. 그는 23명 모두가 그곳으로 선교를 간 것이었으니 모두가 죽어 마땅하다고 했다. 그들을 위해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느니 그냥 외면해 죽도록 놔두었어야 했는데 정부가 나서서 그들을 살려왔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있을 때 처음 든 생각이, 그의 말대로 예수를 믿고 그를 전한다는 것이 그렇게 사회적으로 피해를 주는 일인가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생각은, 한국교회는 대한민국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대립된 자리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었다. 어찌하여 같은 나라 사람들이 테러범들에게 잡혀가 죽게 생겼는데 구해와야 된다기보다는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비기독교·반기독교 정서의 현실
피랍사태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사건의 당사국인 대한민국 기자들이 정부의 지시에 의해서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신문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관련기사들은 직접취재보다는 간접취재에 의해서 쓰여졌다. 보통 외신에 의지하여 기사가 만들어졌지만 또 많은 부분은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이 인용되기도 했다. 그때 당시 인터넷에서는 다양한 유언비어들이 돌아다녔고, 그 이야기들은 한국언론에 기정사실로 보도되었다. 온 국민은 그 유언비어를 사실인 양 입에서 입으로 전했고, 또 기사의 댓글로 이야기는 점점 더 부풀려지곤 했다. 그렇게 부풀려진 내용들이 또 언론에 기사로 발표되는 등, 유언비어의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빛을 발한 것이 '안티기독교'였다. 그들은 인터넷의 여러 통로를 이용하여 서로의 유언비어를 확인하고 확대재생산해나갔다. 그러한 영향력이 너무 커져서 당시 한국교회는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영향력은 많은 부분 약화되었지만 이들의 활동은 아직도 인터넷상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홍대 앞의 한 클럽에서 "Antichrist first rising"이라는 이름의 문화행사가 열렸다. 여기서는 두 편의 안티기독교 단편영화가 상영되었고 안티크라이스트를 내건 밴드들이 나와서 공연을 했다. 그들의 포스터에는 "종교를 방패삼아 사회에 민폐를 끼치는 '개독교인'들이 모두 사라지는 그날까지 'Antichrist' 공연은 계속됩니다"라고 적혀있다.
요즘 한국교회의 상황을 보면 반기독교 정서에 갇혀있는 것 같다. 작년말에 발표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의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국민의 18.4%만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지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개신교인의 비율이 18.3%였는데 그러면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사람은 이 개신교인의 비율을 겨우 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통계에서 더 중요한 것은, 똑같은 질문에서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부정적 의견을 밝힌 사람이 48.3%에 이른다는 것이다.
대개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부정적으로 답변하는 것을 회피하여 '보통'이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한민국 국민의 거의 반에 이르는 사람들이 자신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이다. 나는 이것이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통계라고 생각한다. 전국민의 반으로부터 불신당하고 배척당하고 있는 현실 말이다.
사회적 신뢰회복을 위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고 최용신 선생의 농촌계몽운동이 일제치하에서 제 몫을 다했던 것처럼 한국교회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제 몫을 감당하려면, 무엇보다도 사회적 신뢰를 다시 회복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맨 먼저 교회가 할 일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개신교는 그 시작에서부터 상당히 현실적인 종교였다. 사회참여적이고 사회의 문제에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루터는 성직자가 아닌 보통사람들의 직업 역시 소명이라고 설명했고 일상의 예배를 강조하였다. 독일의 경건주의는 무엇보다도 '경건의 실천'을 강조하여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그래서 후대에 베버는 경건주의를 가리켜 '세상 속에서의 고행'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개신교는 신앙과 삶의 일치를 강조해온 종교다. 그 균형을 신앙의 중요한 실천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면 신앙으로 삶을 정화한다기보다는 세상의 권력에 너무 가까이 붙어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세상은 교회를 세상의 '실제적 힘'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때문에 공격하고 깎아내리려 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교인다운 겸손이다. 군림하려 하는 칼 잡은 자의 자세가 아니라 죽기까지 복종하며 순종하시던 예수 그리스도의 태도를 실천해야 할 때다.
둘째, 한국교회는 지혜로워야 한다. 이 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고려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을 벌이기 전에 이 사회가 어떠한 반응을 보일는지를 신중히 생각해보고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 '신의 길, 인간의 길'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그때 한국교회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거의 '순교(!)의 각오'로 대응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한국교회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 방송의 시청률은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10% 이상 올랐다. 보통 시사프로그램들이 5%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을 생각해보면 결국 한국교회가 시청률을 올려준 것이고, 이러한 시청률은 또다른 반기독교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천주교에서는 그 당시 아무런 반응을 안 했다는 것이다. 마치 진흙탕을 넘어 날아가는 한 마리 새같이 그들은 섞이지 아니하고 그 상황을 초월한 것이다. 우리가 과연 지혜로웠는지를 되돌아볼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사회가 교회에 대해 기대하는 바를 파악하고 따르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사회의 약자들을 돌아보고, 미처 이 사회가 깨닫지 못했던 선한 일들을 감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종교기관으로서 이 사회의 영성을 책임지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현실에 종교적 초월을 덧붙이는 일이다. 그리고 삶과 세계의 근원을 밝혀주고 그것을 우리의 현실로 보여주는 것이다.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고 마음까지 적셔주는 것이 바로 이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교회의 중요한 사역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제 몫을 감당하여 '진정으로' 부흥하기 위해서는 전도의 열을 높이는 것 이상으로 사회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사회의 신뢰를 다시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교회가 사회를 배우고 그들의 언어로 무장하며,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할 때라고 생각한다. 수십 년 전 고 최용신 선생이 샘골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던 것처럼.
-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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