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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붕어빵 주세요!"
우리 가게 단골 손님이었던 당신. 날 보며 가을 햇살 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던 당신의 그 모습이 늘 내 눈에 곱게 밝히곤 해.
"어? 오늘은 왜 이렇게 많이 주세요?"
"한창 공부할 나이인데 배 고프면 되나, 가지고 가서 공부할 때 먹어."
시골에서 올라와 마라톤 선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내가 짐을 푼 곳은 바로 숙명여대 앞. 믿을 것이라고는 건강한 몸뚱아리 하나였기에 마음껏 뜀박질 할 수 있는 곳으로는 효창공원이 넓게 펼쳐진 숙대가 딱이었어.
마라톤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겠기에 시작한 장사, 그런데 한해 두 해 넘어갈수록 마라톤은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고 이젠 '붕어빵 장수'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날이 되었지.
"아저씨, 오늘 저희 기숙사 오픈 하우스인데요, 오시지 않을래요?"
"오... 오픈 하... 하우스?"
마른 하늘에서 천둥벼락을 맞았어도 그렇게 놀라진 않았을 거야.
"숙대 앞에 오래 계셨지만 기숙사는 한 번도 안 가보셨죠? 제가 오늘 구경시켜 드릴게요."
밀가루 반죽으로 온 몸이 뒤덮인 나의 손을 덥썩 잡고, 기숙사로 데려가는 당신의 따뜻함에 그만 눈물이 솟구칠 정도였지. 기숙사의 이곳 저곳을 구경시켜 주며 재잘거리는 당신을 보니 시골에 있는 부모님 생각이 얼마나 나는지...
"어머, 아저씨 저도 시골이 집이에요. 경북 안동이요!"
보기에는 서울 아가씨인 줄 알았는데... 사실 당신에게서 폴폴 풍겨져 나오는 그 향내는 시골 사람이 아니고서는 절대 날 수 없는 향기였어. 따뜻함, 편안함, 순수함... 그런데 하필 경상도가 뭐람. 난 전북 고창인데. 팽팽한 지역 싸움은 사실 서막에 불과했지.
"첫눈 오는 날 뭐해?"
"저요? 글쎄요..."
"첫눈 오면 나랑... 데이트 할까?"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내가 한국의 유수 대학에 다니는 당신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었어. 그러나... 온통 얼굴이 붉게 물들어 가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당신은,
"그럼, 첫 눈 오는 날 봐요~"
라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지. 혹여 내가 마라톤 연습하는 걸 당신이 보았는지 어쨌는지, 나의 세상을 향한 꿈이 당신의 레이더에 거미줄처럼 살짝이라도 걸렸는지 어쨌는지, 풀빵을 만들 때마다 절망하지 않고 휘파람을 부는 나를 지나가던 당신이 홀깃 보았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아무튼 첫눈이 오던 날, 눈보다 더 하얀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당신, 당신과 함께 덕수궁을 거닐고 차를 마시며 그때 처음으로 '행복하다'라고 생각했어.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꼈지. 언제나 스스로 내 자신을 미천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에게 당신은...
"이 사진 예쁘죠? 졸업 앨범 사진인데요, 아저씨 가져요."
어느 날, 좌판 위에 턱 하고 올려진 당신의 졸업 사진. 사진 속의 당신을 한참을 바라보며, 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어. '감히 내가...' 세차게 도리질을 하며 계속해서 솟구쳐 오르는 당신을 향한 내 감정을 누르기 시작했지. 그러나...
"현숙아, 내가 자전거로 국토 순례를 할 예정인데 안동으로도 갈 것 같아. 거기서 잠시 볼 수 있을까?"
졸업을 하고 고향에서 곧 교사가 될 당신을 보러 가겠다고 했지. 그래, 이렇게 숨기고 있는 것보다 말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사실, 국토 순례는 그럴듯한 핑계였지. 세차게 바람을 가르며 당신에게로 달려가는 걸음이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 힘든 것도, 피곤한 것도 모른 채 오직 당신을 볼 수 있다는 그 생각 하나만을 떠올리며 난 부지런히 페달을 밟았지.
"뭐라고? 현숙이와 결혼을 한다고? 이런 천하의 몹쓸 놈..."
"허락해 주십시오. 저희 잘 살 자신..."
"어디 남의 집 귀한 자식을 넘봐! 풀빵장수 주제에... 어허, 세상이 망하려고 하나..."
폭풍우처럼 매섭게 나를 대하던 당신의 부모님, 그러나 한 번도 당신 부모님을 원망해 본 적은 없었어. 내가 보석 같은 당신을 얻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라고 생각했어.
"학교 앞 붕어빵을 사지 맙시다!"
거기다 어느 날, 숙대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 당신과 나의 얘기가 순식간에 학교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고 붕어빵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기 시작한 거야.
"숙대를 어떻게 보고 감히..."
온갖 욕설과 냉대가 당신과 나에게 쏟아졌지.
"현숙아, 너 미쳤니? 지금이라도 관둬. 응? 그건 사랑이 아니고 동정이야!"
누구보다도 당신을 믿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친구들마저도 모두들 손가락질을 해대며 등을 돌렸지.
"미안해. 나 때문에..."
"아니에요. 제가 선택한 건데요. 우리 힘내요! 예?"
앞길이 창창한 당신이 나 때문에 수치를 당하는구나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어. 내 앞에서는 웃고 있지만, 저 가슴은 얼마나 아플까. "괜찮아요."하는 당신의 말 속에는 애써 꾹꾹 눌러 놓은 힘겨움이 가득 배어 있었지. 프로포즈하던 때가 생각 나.
"나랑 결혼해 줄래?"
그때 꼭 마라톤 결승점에 들어오는 심정 같았어. 만약 당신이 거절한다 해도...
"예..."
"힘들 거야. 아주 많이..."
"같이 견뎌내요."
결국은 양가 부모님들 모두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둘만의 조촐한 견혼식을 올렸지. 비록 이천 오백 원밖에 되지 않은 것이지만, 억만금을 주어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반지를 서로의 손에 끼워 주면서 말이야.
돈도 없고 소위 말하는 빽도 없던 나는 세상살이가 참 많이도 어려웠어. 잘해 보겠다고 차린 가게는 번번이 실패해서 보따리도 부단하게 쌌지. 그러나 그때마다 단 한 번도 얼굴 찌푸리지 않고, "다시 할 수 있어요."라며 축 처진 나의 어깨를 감싸 주었던 당신.
언젠가는 더 좋은 반지를 끼워 주겠다는 약속을 아직까지도 지키지 못하고 있지만, 빛깔 좋은 반지보다도 내가 더 좋다는 당신의 그 마음, 고마워. 죽는 날까지 마라톤 선수처럼 포기하지 않고 살 수만 있으면 된다는 당신의 말 잊지 않을게.
달콤한 팥 없이는 붕어빵도 만들어질 수 없듯이, 나를 향한 당신의 아름다운 사랑이 없었으면 나 또한 없었을 거야. 나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준 당신, 사랑해.
필자는 1985년 숙명여대 앞에서 풀빵 사업(?)을 하던 중 그 당시 교육심리학과에 다니던 현숙 씨와 어려움 끝에 결혼했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사람이 숙대생과 결혼한다고 하여 붕어빵 불매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현재는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