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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삶의 에너지源이다
추석 연휴를 시댁과 친정에서 보내고 첫 출근한 오늘처럼 부모님을 뵙고 오면 뭔가 허전하고 우울해진다는 사람이 많다. 몇 달 만에 뵙는데도 무척 늙어 뵈는 모습에 매우 가슴 아파한다. 특히, 요양병원을 찾아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은 더욱 힘들고 발걸음이 무겁다.
요즘 같은 때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모처럼 추석에 만난 가족들은 기쁨을 나누기보다 감정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까지 미뤄 왔던 가족 문제로 서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형이나 아우, 자녀 얘기까지 들먹이면서 잘난 체를 하기도 한다. 미혼인 시누이는 당당한 자기 일을 가진 '골드 미스'임에도 명절이면 가족들은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이런 명절의 모습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풍경이 아니다. 실제로 명절이나 기념일 이후 사망률이 더 높다는 외국의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 역시 명절 이후 생활고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사례가 종종 신문 방송 등을 통해 보도되곤 한다.
가족은 구성원 서로에게 엄청난 에너지원(源)이다. 인간관계, 특히 부부나 가족 등 친밀한 관계가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데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 매년 실시하는 조사 보고서를 보면, 사회적 관계 또는 가족과의 유대감이 없는 사람들은 조기사망 위험이 50%나 증가한다고 한다. 관계 속에서 경험을 공유하고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행복감을 많이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실제로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항상 존재한다. 그 갈등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잦다. 평상시 직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끼리는 다른 근무지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갈등이 전혀 없는 가족은 없다. 너무 가깝기 때문에 그만큼 불만도 짜증도 많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가족 간 갈등과 불만은 애정의 다른 측면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연구팀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관계보다 긍정적인 관계를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오래 살 것이라는 예상은 정반대 결과로 나타났다. 자녀나 친구들과 부정적인 관계를 더 많이 보고한 사람들이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비판과 약속을 깨는 행동, 짜증과 분노 같은 부정적인 일들이 몇 년 뒤 그 사람과의 친밀도에 도리어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과의 갈등은 그 사람과 사이를 영원히 멀게 하는 게 아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미워하고 멀리하다가도 어느 순간 우리 부모님인데, 내 자식인데, 내 형제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별 것 아닌 이유로 내가 정말 관계를 끊으려는가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현실적으로 관계를 단절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그보다는 생각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내 가족이니까' 하고 더 이해하게 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극한의 시련은 우리를 도리어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가족 간 갈등도 결국은 풀리게 마련이다. 도리어 그런 갈등 속에서 정(情)이 더 두터워진다. 갈등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함께 있는 시간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 잘난 체하는 형제, 힘들어 죽겠다는 것보다 더 좋은 일 아닌가. 또, 시집 못 간 시누이, 살아보니 결혼한 거 후회도 하면서 왜 시집 못 갔다고 핀잔인가. 내버려 두어라.
결국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모처럼 만난 가족들끼리 인정할 건 인정하고 웃고 즐겁게 보내면 되는 거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가족은 영원하다. 가족은 우리의 진정한 안식처다. 명절마다 가족 간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재충전 계기로 삼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
- 곽금주/서울대 교수·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