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의미를 아십니까?
김성일 목사(빅토빌예수마음교회 담임목사, 빅토밸리한인목사회 회장)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꾸려는 나라별 정치적인 ‘입장’들 때문에 정신없는 시절을 지나고 있는 이때 일본 물건 불매운동에 동참하느냐 아니냐라는 것 가지고 애국자냐 아니냐를 논하는 이상한 상황을 봅니다. 친일이냐 반일이냐 극일이냐를 떠나 그러기 전에 먼저 정말 일본식 말법을 쓰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식으로 말하고 생각하는 버릇이 뿌리 깊은데 어찌 한민족의 혼을 지키고 우리 것을 꽃피울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흔히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입장’이란 단어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불매운동이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들의 정신세계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입장’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을 뜻하는 한자어로, 일본식 한자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입장 표명'과 같은 식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해당 단어는 본래 일본어 たちば의 한자 “立場”을 한글 자음 “입장”으로 표기한 것으로, 우리 한글(옛말)로 아람뜻[아ㄹ.ㅁㅂ듣]이라고 옛 한글의 존재가 남아있습니다. 원문으로 표기가 안 되지만 ‘사의’(私意) 등의 몇몇 옛말도 남아있습니다. 입장(立場[たちば,Tachiba])은 순화할 수 있는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며 생각, 처지, 주장, 관점, 의견, 견해 따위로 쓸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말로 하자면, '처지', '생각', '형편' ,'주장' 등인데 우리는 각 상황에 맞게 '처지', '생각', '형편' ,'주장' 등 확실하게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런 것들을 '입장'이란 말로 뭉뚱그려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보니, '칼의 나라 일본'과 연결된다 싶습니다. 즉 조금만 수틀리면 칼질하니 '유감' 등과 같이 애매모호한 말글이 발달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일왕도 사죄가 아니라 '통석의 염'이라고 해서 우리를 더 열 받게 한 적도 있지요. 잘했다는 건지 못했다는 건지 헷갈리게 만들어서. 우리나라는 '붓의 나라'다 보니 있는 현상이나 생각 등을 매우 자세하게 표현하는 말글이 발달했지만, 일본은 속셈이나 생각을 숨기기 위한 말글이 발달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게 품성으로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인성으로 나타나는데, 대체로 맞지 않을까 합니다만. JTBC 뉴스룸에서 유난히 ‘입장’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다 보니 미리 머리에서부터 “입장”을 염두에 둔 문장이 정해져 있어서 이제는 아주 여러 가지 뜻으로 확장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는 ‘처지, 형편, 생각, 의견, 견해’ 정도를 대신한다고 봤는데 이제 보니 ‘입장’을 덜어내도 아무 이상 없는데 대놓고 ‘입장’을 쓰고 있습니다. 참으로 심각하고 한심하다 하겠습니다. 이걸 방송이라고 이들이 말하는 걸 보고 따라 배울 것 아니겠습니까?
일본사람들이 ‘처지’나 ‘형편’을 표현하기 위해 한자를 빌려다 “立场”이라고 쓰고 이걸 tachiba(다찌바)라고 읽는데, 사대주의에 사로잡힌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이걸 다시 들여와 마치 중국 글인 양 ‘입장’이라고 말하며 ‘형편, 처지, 주장, 의견, 꼴’과 같은 우리말(우리말처럼 된 중국글)을 죽여놓고 있습니다. 일본이 지금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식민지배하면서 우리말 글을 얼마나 오염시켜놨는지 방송에서조차 예사로 일본말을 써대고 있습니다. 오뎅, 테레비, 다마네기를 쓰는 건 일본말인 줄 알기 때문에 별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일본말인 줄 모르고 써대며 우리 말글을 죽이고 오염시키는 ‘입장’이 문제입니다. 이렇게 ‘입장’이라는 단어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지금의 한국 일본 관계도 관계지만 일본이 중국 글을 빌려서 “다찌바”라고 읽는데 이걸 굳이 우리가 ‘입장’이라고 고쳐 부르며 ‘처지, 형편, 꼴, 태도, 주장, 생각’과 같은 오래도록 써 오던 우리 표현을 잃게 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지금 일본과 전쟁을 벌이는데, 한국 사람들이 일본말 ‘입장’(다찌바)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들이 뭐라고 할까요?
그것도 모범을 보여야 할 방송사가 일본말을 죽자사자 써 대는데 어찌 두고만 보겠나요? 설령 JTBC가 못 본 척, 모르쇠로 나가도 이 글을 읽는 한 사람이라도, 이제는 깊이 인이 박혀 있는 일본말 ‘입장’을 쓰지 않도록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시 한번 더 말하자면 ‘입장’ 일본사람들의 발음으로는 ‘다찌바(tachiba)’라 하고, 쓸 때는 중국글자 立場을 가져와 적고는 たちば로 발음합니다. 선다는 立자에다 마당이라는 場자를 쓴 걸로 보아 ‘설 곳’이나 ‘서 있는 곳’ ‘처지’ ‘형편’ ‘조건’의 뜻으로 쓰인 것인데 이런 일본말을 밑도 끝도 없이 ‘입장’이라고 다시 들여와 우리나라 방송기자, 학자, 정치가, 교수, 따위 잘 나간다고 하는 사회 지도층들이 즐겨 쓰고 있습니다. 일단, ‘입장’ 요거 하나만 먼저 고쳐봅시다. ‘입장’을 쓰지 않고 ‘형편, 꼴, 처지, 모양, 주장, 태도, 생각’을 쓰면 글이 풍부해지고 전달도 잘 됩니다. ‘다꽝, 오뎅’이야 까짓거 아무리 써도 괜찮습니다. ‘입장’ 이런 일본식 한자어 단어가 토착해 자리 잡으면 정말 큰일 납니다. 참고로 인터넷으로 일본어 출신 단어, 외래어 계열과 한자어 계열을 검색해보시면 불매운동보다 더 우선되야 하는 단어사용에 대한 필자의 심정에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