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김 성일 목사(빅토빌예수마음교회 담임목사, 빅토밸리한인목사회 회장)
왜 목사님은 미국 정치는 말하면서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느냐는 애독자의 질문이 있었기에 오늘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열면서 시작하고자 합니다. 1980년대 초 제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서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이민을 오게 되면서 이 땅에 잘 적응하고 순조롭게 정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민 초창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기억나는 대통령으로는 박정희, 전두환 두 사람밖에는 없고 그 기간 단 한 번도 투표권자로서 선거에 참여해보지 못한 채 이민을 왔기에 제가 기억하는 대한민국은 1980년대 그 어느 때로 정지된 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성향을 논하는 자리에 가게 되면 보수 우파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사람들은 그다지도 두려워하던 그곳 남산 밑에를 어린 시절 여러 번 놀러 갔다 올 정도로 중정부장이었던 김재규 씨가 먼 친척 중 한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전두환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장세동 씨의 적극적인 배려와 입영 영장을 받고도 당시 병무청장의 강력한 추천서 때문에 미국을 오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고 중정 요원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에서 이륙한 기억도 있습니다. 아내와 한국이든 미국이든 정치적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제 아내로부터 당신은 우파 중에서도 극우라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투표에 한 번도 참여해본 적 없는 제가 한국의 지금 현실에 대해 논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생각하여 외부로 공식적인 입장을 내세우지는 않는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새로 이민 와서 내가 살던 그곳보다 더 오래 살게 된 이 미국 땅에서 주류사회와 교류하며 잘 적응하여 현재 내가 사는 지역 중심으로 시민권자답게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요즘 미국을 살면서 한국의 정치 상황을 놓고 이러고 저러고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음을 봅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족 안에서도 각자의 정치적 성향과 진영논리로 얼굴을 붉히고 결국 좌파우파 종북수구가 어떻고 하면서 색깔론으로 혹은 지방색으로 구분하면서 가정이나 교회나 사회나 다 관계가 힘들어지는 것을 접하면서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같이 생각해볼 내용의 기준은 이것입니다. 색깔과 빛깔은 어떻게 다른가요? 모든 색의 합은 어떤 색이며, 모든 빛의 합은 어떤 빛일까요? 색깔을 다 합치면 검은색이 되고 빛을 다 합하면 밝은 빛이 됩니다. 말하고 싶다면 정치를 말하되 색깔론이 아니라 빛깔론으로 말합시다.
말 한마디를 해도 색깔론은 개인과 공동체를 죽이는 쪽으로 가고 빛깔론은 서로서로 살리는 쪽으로 갑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색이라 하시지 않고 예수님은 자신을 빛이라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자기 백성에게 색에 속하라 하지 않고 예수님은 자기 백성에게 빛에 거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낯이라는 밝음에 거하고 밤이라는 어둠에 거하기도 합니다. 낮이라는 밝음을 거부하여도 죽고 밤이라는 어둠을 거부하면 죽습니다. 빛깔을 다 합치면 밝은 빛입니다. 빛깔론과 색깔론은 논리 자체도 상대방에 대한 마음도 태도도 다른 것입니다. 흑백 논리, 빛깔 논리를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흑백 논리로 빛의 논리를 판단하면서 희열에 거하는 것은 기쁨과는 전혀 다른 질환적 웃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흑백 논리와 어두운 빛과 밝은 빛의 논리는 다른 것입니다. 흑백 논리는 어두운색이냐 밝은색이냐의 논리이고 빛의 논리는 어두운 빛이나 밝은 빛이냐의 논리입니다.
이 감사의 계절에 우리는 흥분하지 말고 생각하며 살았으면 합니다. 이데올로기 싸움, 좌우익 싸움은 색깔 싸움입니다. 결국, 너는 죽고 나는 살자는 싸움입니다. 좌우익의 싸움 자체가 마귀적 접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빛의 싸움은 할수록 빛이 나고 좋습니다. 그러나 색의 싸움은 할수록 어둡고 싫습니다. 색과 빛은 같은 것 같으나 완전 다릅니다. 신앙과 신학의 논쟁도 색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언제나 누굴 죽이는 상황으로 끌고 갑니다. 빛에 속한 사람들은 논하면 논할수록, 말하면 말할수록 사람을 살리는 역사를 감당하게 됩니다. 성경 말씀대로 “어둠에 속하지 말라.” "예" 아니면 "아니오" 하라는 말씀에 대해 이것을 가지고 흑백을 갈라붙이려는 유혹을 받는 이들은 미안하지만, 아직 유아기를 못 벗어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색이냐 빛이냐를 구분할 줄 아는 단단한 것을 먹을 줄 아는 자들에게 주어진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목사나 신학자나 진리를 다루는 공인이나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빛에 거하는 사람이어야 빛의 논리로 사람을 살립니다. 양비론과 흑백 논리에 대한 분립과 하나님의 전체적 섭리를 보지 못하는 사고의 결핍 자체는 놀랍게도 편협한 인간 이해에서 기인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색깔이 다르다 하여 쌍욕이나 막말을 쏟아내면서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를 더럽힌다면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감사하며 축복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추수감사절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