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일입니다.
김 성일 목사(빅토빌예수마음교회 담임목사, Korean Church Network 대표)
우리나라 속담 중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무위키에서 보면,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거나 너무 늦음을 비꼬는 속담으로 자기가 하려는 일이 잘못되었음에도 그걸 시행하거나 그 일이 엄청난 일을 일으키는 것도 모른 체 간과하다가 나중에서야 일을 후회하는 결말을 맞을 때 얘기하는 것이라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되는 영어 표현으로 "Hindsight is twenty-twenty" 가 있는데, 더 짧게는 그냥 20/20 Hindsight 이라고도 씁니다. 같은 의미의 한자성어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말과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관련 유머로는 최상(最上)이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점검한다”가 있고, 중상(中上)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이라 하고, 중하(中下)는 “소 잃어도 외양간을 안 고친다”와 최하(最下)의 “소 잃었으니 외양간을 부수고 개집도 부순다”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점검한다”를 선호하지만 그래도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고 상담하면서 많이 말해주곤 합니다. 즉, 소를 잃고 나서라도 외양간을 고치면 다행이지만, 실제로 소가 도망갔는데도 정신 못 차리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소를 또 잃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하(最下)의 경우는 진짜 왜 문제가 일어났는지는 파악도 못 하고 완전히 엉뚱한 걸 갈아엎어 버리거나 아예 막 나가면서 소 잃었다고 자포자기해서 다 포기하거나, 최악의 경우 포기하는 수준을 넘어 홧김에 다른 멀쩡한 부분까지 망가뜨려 버리는 비관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음을 볼 때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지난 5월 2일 오전 8시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서는 에릭 가세티 LA시장과 허브 웨슨 시의장이 윌셔 불러바드와 7가 스트리트 사이인 버몬트 애비뉴 공영주차장(682 S Vermont Ave)에서 해당 조례를 발의·서명하기도 전인데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LA한인 타운 번화가 한복판인 이 부지에 노숙자 대책 마련을 위한 임시 집단 거주지(emergency homeless shelter)를 조성한다고 발표하면서도 한인 타운 주민 여론은 무시하고 해당 주차장을 노숙자 셸터로 사용한다고 못 박으며 향후 주민공청회는 없다고까지 밝혔습니다. 발표가 있은 후 그런 상황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한인들이 뒤늦게나마 한인 타운 주민 여론을 무시한 발표라고 반발하여 시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공영주차장은 물론 고급 고층아파트 두 동을 포함한 여러 아파트 건물, 오피스빌딩, 상가로 둘러싸인 번화가이기에 주민공청회를 하여 의견을 물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통보만 한 것은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한 것입니다. 반대 시위를 시작하자 시장과 시의장은 한인사회가 노숙자 쉘터를 반대한다는 논리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중인데, 한인들의 분명한 주장은 노숙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정부 취지에 한인 사회는 적극 공감하면서 노숙자 문제 자체를 해결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이번 발표와 같은 시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배제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안의 문제는 커뮤니티 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한 시정부의 일방적이고 독단적 결정으로서, 커뮤니티의 중요한 사안은 주민들에게 정보를 똑바로 알리고 공청회 등을 개최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권리인 주민 여론 수렴을 해야 함과 동시에 비즈니스 피해 및 치안 우려 등 종합적인 문제를 파악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또한 정치인들이 기존 한인타운지역에 리틀 방글라데시타운 형성을 위해 주민의회를 분리하려는 것은 단순히 한인 타운을 둘로 쪼개진다는 영역 문제가 아니라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개발 계획이나 부지사용 용도 승인에서부터 관할 구역 내 비즈니스 업소의 영업시간 연장 등에 이르기까지 거주민들과 업주들에게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의 승인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권한과 영향력이 매우 큰 것이기 때문에 한인 타운 주민의회의 절반이 분리되면 그에 해당되는 구역의 주요 결정들에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매번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한인들의 주류 사회의 흐름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부족하여 정보의 무관심과 커뮤니티와의 소통 부재 등으로 발생한 상황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역의 수많은 단체장들이 “생업 때문에 바쁘다”, “우리 단체 일도 산더미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데 왜 참여하냐?”라는 등의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의 참여와 소통의 노력을 게을리 한 결과이며, 지역 주민 역시도 그저 조용히 열심히 일해 우리 가족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도 문제입니다. 이제 6월 5일이면 예비 선거일입니다. 저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습니다. 지난 5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막내아들까지 가족 모두 유권자등록을 하고 선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찾고 싶으십니까? 시민권자들은 유권자 등록을 하시고 반드시 투표장으로 가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입장을 대변할 정치인을 선택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시민권자라 할지라도 이민자로서의 서러움과 피해를 대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손과 발로 하는 것입니다. 영주권자라면 머뭇되지 마시고 시민권을 취득하시고 미국에 사는 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