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은 썩지 않습니다.
한 청년이 돈을 벌기 위해 각처를 돌아다니다가 한 성주를 만났습니다. 청년은 "저는 정원사인데, 일자리를 구하는 중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성주는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나와 함께 지내지 않겠나? 내 밑에서 정원사로 일해 주게. 그러면 자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들어 주겠네. 자넨 부자처럼 살 수 있을 걸세.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만약 자네가 이곳을 떠나게 되면 그때는 이곳에 올 때처럼 빈손으로 떠나야 한다는 것일세." 청년은 성주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성안으로 들어가 아주 열심히 일했습니다. 성주는 청년의 성실함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고, 그래서 청년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지 다 들어 주었습니다. 청년은 정말 부자처럼 아무런 불편 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청년은 차츰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왜 불안해지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원했던 바가 모두 실현되었지만 어떤 먹구름 같은 것이 자신을 둘러싸는 듯하여 심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청년은 성주에게 성을 떠나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왜 떠나려고 하는가? 어려운 게 있다면 내게 말해보게. 내가 다 들어주겠네. 난 자네가 평생 여기서 살기를 바라네." 그래도 청년은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아닙니다. 떠나겠습니다. 제가 떠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성주가 다시 물었습니다. "떠나려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청년이 대답했습니다. "여기선 아무것도 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떠나야 한다는 것이 저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모두가 한낱 꿈이라는 생각이 저를 여기 머물지 못하게 하는 원인입니다." "깨달음의 중심에 너를 세우라(박영만 저)"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신문에서 "재산 환원... 돈과의 싸움서 이겼다."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13년 전 카이스트에 300억을 기부한 정문술 전 카이스트 이사장이 215억을 추가로 기부하여 "부를 대물림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합니다. 5남매를 두고 있는데 회사를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후임자를 전문 경영인을 세웠던 그는 자신은 아파트 전세에 살면서 전 재산을 처분하여 미래 전략과 뇌과학 연구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였다고 합니다.
재산과 자녀를 다 잃은 후 욥은 고백입니다.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욥1:21)" 빈 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내 삶을 통해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면 그 인생이 아름다운 인생입니다.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목사/2014.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