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등진 N세대, 은둔형 외톨이
얼마 전 모 방송을 통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적잖은 충격을 불러왔습니다. 고교졸업 후 사 년째 방 안에서만 생할하고 있다는 이십 대 남자, 또 7년째 방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남자는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어 마치 귀신 같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한창 꿈을 펼쳐야 할 그들이 세상과 단절하고 페쇄와 은둔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에 이러한 은둔형 외톨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90년대 후반, IMF를 비롯한 여러 원인으로 가정 해체가 급속화된 뒤부터다 이것은 젊은 세대들에게 현실과 미래에 대한 허무와 냉소를 가져옴으로써 그들을 의욕 없고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렸다. 최근의 우리 사회 역시 이러한 경향이 투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히키코모리가 무려 십만 명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지만 이 외에도 니트족(NEET족,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 평소학교에도 다니질 않고, 고용되어 있지 않으며, 직업훈련에도 참가하고 있지않은 청년 무직자)등의 부류들까지 따지자면 사실상 오십만이 넘는 인구가 은둔형 외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대부분이 한창 꿈을 키우고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시기의 N세대들이라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이미 백만 명을 넘어서 히키코모리와의 전쟁이 선포한 일본의 사례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일이아니라는 점 이다.
학계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를 심각한 사회공포증 환자나 심각한 성격장애 환자로 평가하기도 하는데, 기존의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N세대들이 늘어난 것과 더불어 이를 그나마도 지지하고 격려하던 가족이 해체되고, 왕따와 학교폭력 문제와 같은 사회적 압력이 N세대들을 안으로 가두는 촉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이나 한국 모두 만화나 게임 등 비현실적이고 공상적인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은둔형 외톨이의 출현을 가속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적·가족적·교육적 문제의 총합인 셈이다.
은둔형 외톨이들의 세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이것이 외톨이들이 자신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이들은 사람들이 자신을 무능력하고 무가치하게, 혹은 다르다고 볼 것에 대해 많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 때문에 자신을 거부하고 괴롭히는 현실 사회보다는 그런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는 가상이나 공상의 세계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중엔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인 경우가 많다.
이들도 처음에는 외로움과 불안감으로 은둔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다 오래지 않아 누구 하나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가상의 세계에 더 안주함을 느끼고 더 깊숙이 동굴을 파고 들마가 아예 칩거를 시작하게된다. 오랜 시간 그런 삶이 지속되면 세상과의 소통은 아예 두절이 되고 거의 완전한(?) 자신만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자신의 세계에 타인이 침범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개입에 매우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이미 오래전에 자신은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때로 세상에서의 사람들, 즉 자신을 인정해 주고 이해해 주었던 몇몇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만나고 싶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설사 만난다 하더라도 그들이 변했다고 생각함으로써 곧 제자리로 돌아오고 만다. 실제로 사람들은 늘 변화하기 때문에 과거 자신을 대하던 모습과 똑같은 것을 기대하기란 어려운데, 이 점은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커다란 실망이 되곤한다. 이는 그들이 경험하는 속도가 다른 이들과 다른 탓일지 모른다.
은둔형 외톨이와 함께 하기
은둔형 외톨이들을 이해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만화, 게임 속에서의 판타지, 혹은 매우 왜곡된 신념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세계를 공감해준다는 것은 분명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이해가 아니라 그들이 세상에서 당한 피해의 경험을 충분히 공감해주는 것이다. 그들이 세상으로부터 멀어진 이유, 상처투성이의 삶을 살았던 그들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들이 세상과 이어지는 최소한의 끈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그 끈을 통해 바깥세상이 믿을만하다는 느낌, 안전하다는 느낌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강요와 강압에 의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일시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 가족, 학교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보다 사회문화적인 문제로부터 이해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랜 대화나 상담은 이런 전반적인 현상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다. 그들의 세계에 직접 들어가 대화를 나누어 천천히 부서지지 않게 그들을 데리고 나오는 데는 엄청난 신중함을 요한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 세계관이 대안이다
'인생이란 더불어 살아가는 것' 이란 원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변의 진리였다. 그러나 이런 원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은둔형 외톨이들과 같은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특히 일본이나 한국처럼 이중적인 사회, 또 지나치게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빠른 사회 변화의 속도, 세대간의 깊은 격차 또한 그것의 원인이다.
겉으로는 함께하는 인생과, 삶의 소중함을 얘기하지만 막상 만나게 되는 현실에서의 자신은 세상의 기준에서 밀려난 존재다. 헨리 나우엔의 <아담>과 쟝 바니에의 <희망의 공동체>를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값진 삶을 우리 사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볼 때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교회 공동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본에서 대안학교 문화가 발달한 것은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라는 사회적 배경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엔 25%라는 크리스천이 있고 일본의 경우보다 헤아릴 수없는 교회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회적 잣대로 사람을 능멸하지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값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교회라면 그곳은 충분히 상처 입은 은둔형 외톨이들의 피난처와 안식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을 '창조 타락 구속' 이라는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바라봐야 한다. 우리와 다름없이 귀하게 태어난 그들이 비록 사회로부터 거부되어지고 열등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할지라도 그들을 조건 없는 사랑으로 구속하고 다시금 세상 밖에서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일, 그것만이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려는 N세대들
의 영혼을 구원할 유일한 대안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살아가는 힘을 갖자'를 은둔형 외톨이 치료의 모토로 삼고 있다.
살아가는 힘과 의미의 근원은 하나님께로부터 온다. 구분하지 않는, 함부로 정죄하지 않는, 강요와 핍박을 앞세우지 않는 그분의 사랑을 말하는 것, 이는 은둔형 외톨이를 품어야 할 우리의 소명이기도 하다. 외톨이는 다른 표현으로 이웃이 없는 자이며 이웃을 둘 수 없는 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이웃이 되어주는 일 이것은 네 이웃을 네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일이기도하다.
**TIP :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가는 과정
다음은 은둔형 외를이가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내 자녀의 경우는 어떠한지 혹시 은둔형 외톨이의 우려는 없는지 살펴 보십시다.
1. 지각과 조퇴가 잦아진다.
2. 몸이 아파 학교에 못 가겠다는 횟수가 늘어난다.
3. 방 안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4. 밤새 깨어 있다 잠이 든다.
5. 학교를 다니지 않겠다고 선전포고를 한다.
6. 식사도 혼자하곤 가족과 대화도 하지 않는다.
7. 말을 걸면 화를 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과격한 햏동을 한다.
8.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9. 어떤 경우에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