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감사절의 의의
레위기 23:33-44
다음 주일은 우리 교회가 지키는 추수감사주일입니다. 다음 주일을 추수감사주일로 지키려고 준비하면서 성경에 나타난 추수감사절의 풍습과 의의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감사의 의미
우선 감사하다는 감사의 뜻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라고 하는 단어의 성경원어적인 의미는 "던지다" 또는 "고백한다"는 [야다]란 동사의 사역형에서 유래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경에서 말하는 "감사"라고 하는 단어의 의미는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란 말과는 다른 의미의 두 가지 특징을 갖습니다.
첫째로 성경에서 감사란 언제나 찬양이 전제되거나, 수반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만일 찬양이 없는 감사가 있다면 그것은 성경적 의미의 감사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감사와 찬양은 같은 어근에 속합니다(느12:8). 성경에서의 감사는 대중의 예배 속에서 기쁜 찬양과 함께 나타납니다. 많은 시편의 감사 찬송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시편136편 1-2절 말씀에 보면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모든 신에 뛰어나신 하나님께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1-2절)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구절에서 이스라엘백성들이 하나님께 감사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피조물과 다른 하나님의 속성 때문입니다. 선하신 하나님, 인자하신 하나님, 모든 신에 뛰어나신 하나님, 또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시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감사란 하나님 앞에 고백하는 우리 자신의 신앙고백입니다. 자기의 진실을 하나님 앞에 고하는 고백의 제사입니다. 이 고백의 제사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것이 있는데 그것은 화목제입니다(대하30:22). 그러므로 성경에서의 감사란 하나님께 진실을 아뢰고, 기쁨으로 찬양하며, 예물을 드리는 자율적인 행동에서 나타난다고 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구약에 기록된 추수감사절의 특징
추수감사란 계절적으로 추수기에 하나님께 표현하는 감사의 행위입니다. 그런데 본문에 나타난 추수감사절은 칠월 십오일부터 칠일 동안 온 회중이 하나님 앞에 나와 기뻐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축제로 지킬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레23:34-43).
이 감사절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로 이 감사절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다른 두 절기(무교절, 칠칠절)와 함께 하나님이 계신 곳, 예루살렘 성전에 꼭 올라가야 합니다(신16:16). 예수님도 이 추수감사절인 초막절에 예수님의 형제들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간 다음에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성전에 올라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요7:2-10). 이스라엘 민족의 대 이동이 전개되는 절기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추석 명절에 천만에 가까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 것과 비교할만한 민족의 대 이동인 것입니다. 추수감사절이란 먼저 하나님이 계신 예루살렘 성전으로 찾아가는 절기이므로 우리들도 이 절기를 이용하여 교회에 출석치 않던 지체들까지 교회에 출석하도록 권하는 총동원 주일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는 칠월 십오일부터 칠일 동안 하나님 앞에 모여 감사의 축제로 지켜야 합니다(레23:40). 축제의 첫날은 아무 노동을 하지 않고 성회로 모이고 칠일동안 초막에서 지낸 후, 제 팔 일째도 다시 성회로 모이고 아무 노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합니다(레23:35-36). 절기 동안에는 온전히 하나님을 찬양하고 감사를 드리는 일만 합니다. 이 감사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가을 곡식을 추수하여 수장한 것에 대한 감사(수장절)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 시켜 주신 것, 즉 구속의 역사에 대한 감사(초막절)로 전승되어 왔습니다. 본래 추수감사절의 이름은 수장절이었습니다(출23:16).
이것은 가을에 마지막 추수가 완료되는 때에 축제를 지켰던 농경사회의 풍습인 것입니다. 한해에 작물을 잘 자라도록 비와 햇빛을 주신 하나님께 기쁨으로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데서 유래되었습니다. 세계 농경 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습입니다.
이 절기에 하나님 앞에 나갈 때에는 공수로 가지 않고(신16:16) 정성껏 준비한 예물을 감사의 제물로 드리게 됩니다(레23:37-38). 요즈음에도 유대인들은 초막절에 회당에 갈 때는 룰라브와 에트로그를 예물로 준비합니다(레23:40). 초막을 짓는 자료인 종려나무 가지, 무성한 가지와 버들나무 가지의 묶음을 룰라브라고 하는데 이것을 손에 들고 흔들며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이 룰라브의 재료를 시장에서 구입할 때에는 조그만 흠이라도 있을까하여 돋보기로 물건을 고른다고 합니다. 에트로그는 아름다운 실과를 상징하는 것으로 겉모양이 레몬과 비슷하게 생긴 과일입니다. 이와 같이 정성껏 준비한 예물을 갖고 회당에 들어가 시편 113-118편의 찬양과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감사절을 지킵니다.
셋째는 추수감사절인 칠일 동안을 반드시 초막에서 지내야 하는 것입니다. 바벧론 포로에서 돌아온 뒤에 초막절을 대대적으로 지킨 흔적이 있습니다(느8:13-18). 이 절기에 이스라엘 백성이 초막에 거하게 된 것은, 추수감사절이란 단순한 그 해의 추수한 곡식을 수장한 후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던 수장절에다가 출애굽을 통한 하나님의 구속의 역사를 감사하고 찬양하는 뜻을 접목시켰기 때문입니다. 본문43절 말씀에 "이는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땅에서 인도하여 내던 때에 초막에 거하게 한 줄을 너희 대대로 알게 함이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광야 생활 40년은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한 순간도 살 수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물로 양식도 자급자족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반석을 쳐서 그들에게 물을 먹이셨고, 먹을 양식과 고기가 없을 때에는 만나와 메추라기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그들의 조상들을 어떻게 보호해 주셨는가를 회상하면서, 조상들을 구원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드리는 절기가 바로 수장절이요 초막절입니다. 시114편과 136편은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행하신 여호와 하나님의 위대한 구속의 역사에 대한 감사와 찬양의 노래입니다.
지금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세계 어느 곳에 있던지 이 절기에 초막을 짓고 초막에서 칠일동안 지냅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베란다에 초막을 짓고 자녀들과 같이 기거하며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위대하신 행적을 가르칩니다. 이들은 이론을 통한 설명적인 교육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살아있는 체험적 교육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원의 역사에 대한 감사의 절정은 칠일간의 마지막 날인 호산나 라바에 있다. 회당에서 축제를 드리는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실로암 연못에서 떠온 물을 제단 앞에 있는 그릇에 붓는데 마지막 날에 물을 부을 때는 제사장이 나팔을 불고, 레위인들은 합창을 하고, 참석자들은 룰라브를 흔들며 기쁨의 찬양을 드리므로 그 날을 기념합니다. 제단 앞 그릇에 부은 물과 술은 다시 기드온 골짜기로 흘러 내려가 그 해에 많은 비가 올 것을 기원하며, 떨어지는 룰라브 잎사귀는 죄의 용서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지킬 추수감사절
이런 수장절. 초막절의 의미를 갖는 추수감사절의 시기는 성경 달력으로 7월 15일입니다. 이 때는 양력으로 9월-10월이 됩니다. 그런데 이 때가 바로 우리나라 추석절인 음력 8월 15일과 같은 때입니다. 시간과 공간이 다른 지역이지만 같은 의미의 절기가 같은 때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새롭게 조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추석절을 성경의 수장절(초막절)의 의미에 접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추석절 때 고향을 찾아 조상만을 찾고 끝낼 것이 아니라, 우리를 죄에서 출애굽 시켜 주신(구원) 여호와 하나님을 찾는 풍습과 전통을 만드는 것입니다.
추수감사절은 추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나님께 진정한 마음과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며 찬양하는 즐거운 축제이므로 우리의 이웃에 소외된 사람이 없도록 다같이 하나님 앞에서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합니다.
이 절기에는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일을 해야 합니다. 신16:16절 말씀에 보면 "공수로 여호와께 보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즉 이것은 있는 자가 가져와 없는 자와 함께 더불어 즐거운 축제가 되게 하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것을 통하여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없는 자들이 쉽게 교회로 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초막절은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위대하신 구원의 행위를 찬양하고 감사하는 때입니다. 이 절기를 통하여 과거 우리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해 주셨는지에 감사하는 절기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가 민족의 역사에서 유리된다면, 그 교회는 그 민족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그 결과는 뿌리 없는 나무와 같이 되고 말 것입니다.
태동한 이래 우리의 역사 속에서 우리 조상들을 지켜준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을 감사해야 합니다. 수장절(초막절)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하나님을 찾아 성전에 올라갔듯이, 우리들도 모든 감사는 하나님께만 드려야 하기에 하나님이 없는 추수감사절의 의미가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기쁨과 찬양으로 드리는 감사만이 추수감사절의 진정한 의미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