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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는 끝났다

인재들의 천국 '엔론(Enron)'은 대체 왜 몰락했을까?

하버드와 아이비리그 출신의 '깜짝 놀랄 정도로 똑똑한' 최고의 인재들만을 두루 모아 만든 꿈의 회사가 있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자 6년 연속 '미국인이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뽑혔던 거대 에너지투자회사 엔론(Enron)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엔론의 창업자 케네스 레이(Kenneth Lay)는 "우리 회사를 경쟁사로부터 차별화하는 것은 우리가 보유한 인재들"이라고 자랑하며, 매년 250여 명의 톱스쿨 MBA 졸업생들을 모셔오기 바빴다. 그리고 채용한 인재들에게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매력적인 보수를 주었다. 또한 엔론은 인재들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했다. 젊고, 원기왕성하며 아이디어가 넘치고, 하고 싶은 일이 무궁무진한 젊은 인재들에게 엔론은 천국이었다.

그런데 지난 2001년 엄청난 이변이 일어났다. 유명하고 총명한 인재들로 가득했던 엔론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그 수많은 똑똑한 인재들은 회사가 도산할 때까지 어떤 경고의 메시지도 읽지 못했고, 결국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렸다. 엔론에 막대한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도 연이어 문을 닫았다. 도대체 엔론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엔론이 몰락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엔론이 업계에 등장한 지 15년 만에 1,700%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원인과 일치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엔론의 '인재제일주의'는 수많은 성공과 영웅담을 낳았지만 그 이상의 부작용도 생겼다.

스물아홉 살의 가스 트레이더 루이스 키친(Lewis Kitchin)의 성공담이 그 대표적인 일화다. 그녀는 온라인 트레이딩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프로젝트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에 250명을 거느린 부서의 책임자가 되었다. 삽시간에 22개 국가의 온라인 가스 트레이딩을 지휘하는 사령관이 된 것이다.

이렇게 성공을 이끌어내면 놀라운 선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엔론은 모든 직원들을 A, B, C 세 등급으로 나눠 평가하고 A등급에게는 엄청난 보상과 자율성을 줬다. 놀랄 것도 없이 A등급은 루이스 키친과 같은 영웅들로 넘쳐났다.

결국 엔론은 A등급 인재들만의 기업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찾아 자리를 옮겨댔고 큰 실패를 하더라도 아름다운 경험으로 치장해버릴 뿐 아무런 학습도 하지 않았다. C등급으로 분류된 직원들은 그들대로 의기소침해져서 팀플레이를 할 의지를 상실했다. 그 누구도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조직을 위해 꾸준히 기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기업이 되어버렸다.

엔론에는 똑똑한 인재들만이 있었을 뿐 개개인의 창의성을 모아 집단으로 창조력으로 발전시키고, 이것을 기업의 경쟁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엔론식의 성과평가 방식과 보상시스템, 소수의 영웅적인 직원들에게만 허락되었던 자율은 오히려 조직 전체의 창의성을 죽이고 직원들을 해이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게 똑똑한 인재들은 도리어 독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기업이 바로 엔론이다.

1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는 끝났다

오늘날의 기업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덫도 바로 이것이다. 1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는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엔론 사태가 보여주듯이 21세기의 기업 경쟁력은 결코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장점을 취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조직 전체, 즉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말이다.

- 패트릭 해리스, 《아이디어가 걸어나오는 순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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