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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영화 <킹콩>은 1976년에 리메이크되고 10년 후에 <킹콩2>가 나왔다. 이후 20년이 지나 피터 잭슨 감독이 화려하게 킹콩을 부활시켜 놓았다. 세 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이 한 편의 영화가 몇 편의 영화를 합해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녀와 야수>, <쥐라기 공원>, <에이리언> 등. 더구나 <반지의 제왕>을 멋지게 만들어낸 피터 잭슨 감독이 만든 영화여서 얻을 것이 꽤 많은 영화였다.

피터 잭슨 감독이 아홉 살 때 1930년대에 제작된 '킹콩'이라는 흑백영화를 TV에서 보게 된다. 이후 피터 잭슨은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했고 <킹콩>이라는 영화를 자기 손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3년 후 열두 살 때 어머니의 낡은 모피 코트로 킹콩의 털을 만들고, 철사를 이용해 뼈대를 만들어 킹콩의 인형을 완성하고 킹콩이 기어오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판지에 그림을 그려서 만들었다고 한다. 침대 시트를 이용해 뉴욕의 하늘 배경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그것들을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꿈이 30년이 넘도록 피터 잭슨 감독을 사로잡았고 결국 멋진 영화 <킹콩>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영화의 감동과 사실성 등은 위의 세 영화 <미녀와 야수>, <쥐라기 공원>, <에이리언>과 같다는 표현 속에 다 들어있다고 보아도 좋다. 이 오락성 영화에서 메시지를 찾아보고 싶다. 한마디로 말하면 '돈과 사랑'으로 대비된다. 뉴욕 영화업자들의 속물근성을 비난하며 모험적으로 미지의 해골섬으로 촬영을 떠나는 칼 덴햄 감독, 그리고 그 영화의 남자 주연 배우가 바로 '돈'을 추구하며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덴햄 감독이 우연히 캐스팅하여 속여 촬영을 떠난 앤 대로우와 덴햄의 친구인 시나리오 작가 잭 드리스콜이 바로 '사랑'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영화속 덴햄은 돈을 추구한다. 태고적 신비를 갖춘 섬에서 공룡들이 뒤섞여있는 숲을 촬영한 그는 카메라가 망가져 돈을 벌 수 없게 되자 킹콩이 돈으로 보인다. 그래서 킹콩을 마취시켜 뉴욕으로 끌어가고 "칼덴햄의 8대 불가사의 괴물 쇼"를 벌여 백만장자가 되려고 한다. 그는 돈 때문에 목숨을 건다. 덴햄이 사태를 파악하는 안목은 영화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하는 감독답다. 야수가 사랑(=미녀)의 포로가 된 것도 알았고 킹콩이 사랑의 열병을 앓는 것도 간파해내었다. 킹콩이 죽은 것을 보고도 "총 맞아 죽은 것이 아니고 사랑(=beauty, 미녀) 때문에 죽은 것이다"라면서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돈만 눈에 보이니 열일곱 명의 스텝들과 선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뉴욕의 수많은 사람들을 죽고 다치게 만들었다. 오늘 우리 주변을 봐도 돈만 밝히는 사람 곁에는 다치고 죽는 사람들만 즐비하지 않은가. 이들은 "전 세계가 열광할 거야"라면서 돈의 신기루를 찾아 헤맨다.

반면 여배우 앤 대로우와 그녀를 사랑하는 작가 잭 드리스콜은 사랑을 아는 사람들이고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사람 앤에게는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보인다. 섬에서 킹콩과 함께 노을을 보며 "뷰우티풀"을 속삭이던 앤의 그 느낌을 킹콩도 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위에서 지는 저녁놀을 보고 킹콩도 느낀다 사랑하는 것은 서로를 즐겁게 해주고 화를 달래주는 것임을 앤은 알고 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은 용감하다. 난동을 부리는 킹콩을 달래기 위해 용감하게 나서는 앤, 그리고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102층 옥상 위를 오르는 잭은 용감한 사람들이다. 진정 사랑을 아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은 돈에 욕심이 없다. 사과를 훔쳐 먹을 정도로 배가 고파도 배우의 정도를 걷기 위해 덴햄 감독이 제시하는 거액의 출연료도 고사한 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무대에 선다. 잭 역시 사랑하는 여인이 한 말 "희극 시나리오는 쓰지 않으세요?"라는 말을 기억하고 돈도 안 되는 희극 시나리오를 쓰면서 일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간다. 이들의 사랑은 결국 성실하게 보람을 찾아서 해나가는 일과 연관된다.

결국 이 영화는 "돈이냐, 일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제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2006년의 시작 기분이 멀리 달아나기 전에 화려하고 멋진 영화를 보면서 중요한 우리 인생의 화두를 생각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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