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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교회를 불신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할 때다
-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18.4%. 우리는 이 숫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달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한국 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를 발표했는데, 대한민국 국민의 18.4%만이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대한민국에서 개신교인이 18.3%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 숫자는 거의 정확히 개신교인의 비율과 맞아떨어진다. 물론 개신교인만의 응답이라고도 볼 수는 없지만, 이 숫자를 넘어서지 못하였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조사에서 개신교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힌 사람은 무려 48.3%에 이른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개신교를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조사가 보여준 것은 한 마디로 개신교인의 충성도와 여타 국민의 불신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심각한 문제의 한 단면이다. 우리끼리는 잘 되는데 바깥으로 나가면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는 교제가 이루어지고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활동들이 '공익'으로서가 아니라 전도라고 하는 교회의 '사익'으로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의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그것이 자기네 이기심의 발로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 방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소통의 문제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교인들을 교회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일 생각만 했다. 사회와 구별시켜서 '우리'라는 구별된 집단화를 이룬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소수였던 지난 시절, 곧 교세를 만들어 가야 했던 시기에는 어쩌면 정확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한국 교회는 사회적 영향력을 미쳐야 할 입장에 서 있는데, 지금도 이렇게만 생각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신교가 미약했던 과거에는 이 사회가 우리의 구별된 언어와 활동들을 용납했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가 여러 모로 한국 교회에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교회에 대한 입장을 밝힌 이들은 각자 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반응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나온 다른 질문은 개신교회, 목사, 그리스도인에 대한 신뢰도 조사였다. 이것을 속성별 신뢰도라고 하는데, 그 결과는 개신교회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신뢰가 38.0%로 가장 높았고, 목사는 22.9%, 그리스도인은 14%로 아주 낮게 나왔다. 특히 그리스도인에 대한 불신은 50.8%로 과반 이상이 나왔다. 그리고 개신교회가 신뢰를 받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42%에 이르는 사람들이 '교인과 교회 지도자들의 언행일치'라고 꼽은 것을 보면, 결국 자신들이 만나는 그리스도인들에게서 실망한 적이 많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내가 그리스도인임을 나타내는 신앙고백과 사회적 삶의 합일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특징은 자신이 교인임을 드러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외향성에 있다. 자신 있게 자신을 교인으로 봐달라고 공포하고 집 앞에도 자신은 어느 교회 다니는 교인임을 패를 만들어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자신감에 비해 삶이 뒤따르지 않을 때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더욱 실망하게 되고 우리를 향한 불신을 쌓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교회만을 생각하는 지엽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서 대한민국이라는 이 사회, 특히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는 시민사회 속에서 기독교회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사려 깊게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에 봉사를 하면서 선교나 봉사라는 규정된 언어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이바지로 교인들이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해외선교에 대해서도 '예수를 전하는 일'이라는 좁은 생각만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교회의 봉사, 그리고 인류 공동체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성도 함께 가르칠 필요가 있다. 실제적으로 선교사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많은 활동들은 그 나라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일들이 많고 그 나라의 미래를 만들어 주는 일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일들을 전도라는 이해로만 보도록 우리는 교육받아 왔고 그 결과는 교회의 그러한 귀한 일들이 사회에서 '그들의' 일이라는 잘 못된 생각을 불러온 것이다.
소통이라는 관점 외에도 이번 조사가 보여주는 다른 면은 온 국민이 가지고 있는 공적 기관들에 대한 불신이다. 가장 신뢰하는 기관에 대한 질문에서 50.3%가 시민단체를 꼽아서 1위이고, 없음이 19.2%, 그 다음이 개신교회로 12.1%가 나왔다. 그 뒤를 이어 언론 기관이 9.2, 사법부가 8.1, 국회가 1.1%의 응답을 얻었다. 이러한 응답은 결국 온 국민이 사회 기관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본다. 특히 국회에 대해서 1.1%만이 신뢰한다고 보여준 것은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신의 극심한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있어 분명 교회가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앞장서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 외에도 이번 조사에서 우리의 눈을 이끄는 것은 종교별 호감도이다. 여기서 불교가 31.5%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가톨릭으로 29.8%, 그리고 기독교가 20.6%를 얻었다. 그런데 이 통계를 깊이 들어가 보면 상당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난다. 가톨릭은 30대, 40대, 50대에서 높은 결과가 나왔고, 불교는 예상 밖으로 20대에서 가장 높은 34.6%의 호감도를 얻었다. 이것은 젊은 사람들의 종교성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개신교에서 젊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들의 호감도에서 불교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젊은 층의 종교성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이번 조사는 분명 개신교회의 부족한 부분을 수치로 보여주었다. 참담한 현실에 직면한 사람들은 한편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왜 이런 것을 굳이 했는지에 대한 불만도 갖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영광으로 드러나야 할 하나님의 교회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애통함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