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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의 '명예 훼손죄'


내용이 진실이고 공공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해당 없어


교회에서의 형사 문제 중 명예 훼손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교회는 다른 곳보다 '말(言)'이 넘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선악에 대한 판단과 선언이 단호하게 행해지는 곳이기 때문에 명예 훼손과 관련된 숱한 판례들이 양산된다. 명예 훼손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명예 즉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형사적 처벌을 가해야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은 다른 한편 행위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기 때문에 명예 훼손죄에 해당하려면 아래와 같은 구체적 요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명예 훼손죄 성립 조건


먼저 명예 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적시하였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적한다. (대법원 2007.6.15. 선고 2004도4573 판결)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단지 의견을 표명한 정도에 그치면 명예 훼손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법원은 '사실의 적시'라고 하는 것은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고 보고, 이런 견지에서 목사가 예배 중 특정인을 가리켜 "이단 중의 이단이다"라고 설교한 부분이 명예 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어느 교리가 정통 교리이고 어느 교리가 여기에 배치되는 교리인지 여부는 교단을 구성하는 대다수의 목회자나 신도들이 평가하는 관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2008.10.9. 선고 2007도1220 판결)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사람을 비방한 경우에는 모욕죄에는 해당될 수 있다. 법원은 "거기서 가르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이OO의 개똥철학을 퍼뜨리고 있을 뿐입니다. 신O지 여러분, 이OO의 사기 행각에 말려들어 영혼을 지옥으로 떨어뜨리지 마시기 바랍니다"는 말과 "뻔뻔이와 그를 비호하는 세력인 부목사, 전도사들과 비대위 장로들의 말은 당연히 거짓말이며 여러분들을 속이려고 사기 치는 말임을 깨달아야 합니다"라는 글이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부산지방법원 2008. 6. 5. 선고 2008고정1170 판결,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도1453 판결)


또한 명예 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행위가 '공공연하게' 행해졌어야 한다. (이를 법률 용어로 '공연성(公然性)'이라고 한다) 이를 쉽게 말하면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가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행해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 개인에 대해서만 한 행위는 명예 훼손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는 모욕죄도 마찬가지다. 다만,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본다. (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도5622 판결 등 참조) 법원은 피해자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 2명이 듣고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실을 유포한 행위가 공연성을 충족한다고 보았다. (대법원 1985. 4. 23. 선고 85도431 판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거라면 위법성 없어


이처럼 사실을 공연히 유포한 경우라고 해도 무조건 명예 훼손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 내용이 진실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어 명예 훼손죄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비단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그렇게 본다. (대법원 2000. 2. 23. 선고 98도2188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 함은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 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고, 사실을 적시한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부수적으로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6도2074 판결 등 참조)


법원은 교회 담임목사를 출교 처분한다는 취지의 교단 산하 재판위원회의 판결문을 복사하여 예배를 보러 온 신도들에게 배포한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교단 또는 그 산하 교회 소속 신자들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법성이 없다고 보았고(대법원 1989. 2. 14. 선고 88도899 판결), 자신들에 대한 제명의 징계 처분을 면하기 위하여 다른 목사들의 부적절한 목사 안수 행위를 비난한 행위에 대해서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보는 데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9. 6. 8. 선고 99도1543 판결)


교회에서 자주 생기는 문제가 이단 비판에 대한 문제인데, 이에 대해 법원은 이단을 비판하는 것도 종교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에 대해서는 쉽사리 명예 훼손죄를 인정치 않는다. 법원은 교회가 다른 종교 집단에 대한 신앙 교리 논쟁으로서 같은 종파에 속하는 신자들에게 비판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리고 아울러 다른 종파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신앙 교리 내용과 반대 종파에 대한 비판의 내용을 알리는 행위는 종교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로서 최대한 보장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군종 목사가 공군 참모 총장의 지시를 받아 이단 종교에 관해 집필한 교육 책자에 특정 교회를 이단 단체로 묘사하여 그 교회와 창시자의 교리와 주장을 비판하고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명예 훼손 행위가 아니라고 보았고(서울고법 2006. 11. 16. 선고 2006나21639 판결), 어느 교단이 교단 소속의 '사이비 이단 문제 상담소'에서 발간하는 책자에 종말론, 구원론 등에 대해 다른 종파를 비판하는 내용을 게재하여 피고 교단 산하의 지교회들을 상대로 배포한 것에 대해서도 그것이 신앙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종교적 비판의 표현 행위로서 그 안에 다소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위법성이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9755 판결)


그러나 다른 종파를 비판하는 경우에도 명백히 허위의 사실을 들어 비판하는 경우에는 명예 훼손 행위가 되고, 심한 말을 사용하여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모욕죄가 될 수 있다. 법원은 피해자가 자신을 가리켜 예수를 칭하는 '보혜사 성령', '재림주'라고 칭하면서 신격화시킨 사실이 없음에도 피해자가 그런 말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를 비난한 행위가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고 보았고(부산지방법원 2008. 6. 5. 선고 2008고정1170), 다른 종파에 대해 '가짜', '사이비 종교', '북한의 아이들'과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 종파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가치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08. 9. 25. 선고 2008노635. 이 판결은 '이단'이라는 표현은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명예 훼손 행위 시 고소와 손해 배상 청구


명예 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상 고소를 할 수도 있고 민사상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둘을 동시에 할 수도 있고 어느 하나만 해도 무방하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명예 훼손 행위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위 두 가지 조처 외에도 정보 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 내용의 게재를 요구할 수 있고, 그 행위자에 대한 정보(성명·주소 등)를 제공할 것을 청구할 수도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2이하)


교회 분쟁 발생 시, 교인들이 목사님에게 주로 하는 발언은 '삯꾼 목사'고, 목사님이 교인들에게 주로 하는 발언은 '사탄의 무리'다. 이런 발언들은 형사상 문제가 안 될까? 위 발언 내용이 '사실'을 기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명예 훼손은 애초 성립되기 어려울 것이고, 모욕죄는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은 예수님의 '독설'을 흉내 낸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그만큼의 사랑과 진리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 자문하여 평가받을 일이다.

- 강문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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