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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재의 꿈

다시 미국에 왔다. 취재차 들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는 과거와 변함없이 수많은 한인들이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신학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머무르면서 물밀듯이 몰려 오는 한인들을 보았다. 한인들 때문에 로스앤젤레스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무엇이 한국인들을 미국에 몰려 오게 만들까?

3년간 미국에서 살면서 느꼈던 아이러니가 있다. 한국인들은 기를 쓰고 미국으로 건너오려고 애쓰고 있지만 정작 미국내 한인들은 한국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으로 가면 무언가 새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가지고 많은 한국인이 이민을 결심하지만 기실 이민생활이라는 것은 고달프기 그지 없다. 일단 한국인으로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다. 한국에서 전문직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과거에는 미국내 3D업종에서 일하면서도 '그래도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는 낫지'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지만 이제 삶의 질을 따져보면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많은 한인이 자녀교육을 위해서 미국행을 결심하지만 '망가지는 아이들'은 미국내 한인사회에도 적지 않다. 자녀들이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 등 명문대에 진학해도 부모와 자녀 관계는 한국처럼 끈끈한 사이가 아니다. 물론 미국내 한인들 가운데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며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평균적으로는 미국내 한인들은 꿈을 이뤘다기보다는 미국에서 그냥 살아가고 있다. 

미국에서 함께 공부하다 귀국에 목회를 하는 친구가 말했다. "미국의 한인들은 마치 가재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물속 바위 틈에 끼여 사는 가재 말이야. 한국과 미국이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가재와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미국의 한인들이라는 느낌을 가졌어."

그 친구 말이 바위 틈에는 나름대로 안온함이 있기 때문에 머무르기 좋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재는 바위를 뛰어넘어 보다 넓은 물에 사는 상어와 고래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친구는 말했다.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다. 역사의 질곡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살게 된 중국과 일본의 동포들과는 달리 미국의 한인들은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찾아 떠난 '자발적 이민자'들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한인들이 단순히 '질 높은 삶'을 추구하며 산다면 그들은 바위 틈에서 안온하게 살아가는 가재와 다를 바 없다. 거친 바다를 질주하는 상어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재 말이다.

그러나 가재도 꿈을 꿀 수 있다. 특별히 크리스천일 경우 미국의 한인들은 세계를 향해 선교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주님의 소명자로서 확실하게 설 경우 미국의 한인들이야말로 '상어와 고래'가 되어 세계를 향해 복음을 들고 나아갈 귀중한 자원이 된다. 하지만 단순히 자녀 교육을 위해서,한국이 그냥 싫어서,보다 높은 삶의 질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면 스스로 가재가 되기 위해서 미국으로 갔다고밖에 이해할 수 없다.

크리스천들이 대다수인 재미동포들이 '소명'에 따른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진정으로 '세계를 품는 크리스천'이 되어 세계 복음화의 주역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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