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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644_10202990447392643_2742274394182962324_n.jpg 가정 콤플렉스 깨기

  불행은 대개 행복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운 것이며, 행복도 불행
만큼 오래 계속된다면 그것 역시 하나의 고통일 수 있다는 말은 화사하게 피었다 지
는 5월 한달 동안의 꽃들을 보면서 실감하게  된다. 아름다우나 결코  시들지 않는
조화가 아침 산책길의 노란 풀꽃 한송이 보다  못한 까닭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유난히 떠들썩한 행사가 많았고  무슨 이름붙은 날들이 많았던 5월을 보내는 사
람들의 마음도 떨어지는  봄꽃들 같이 수수로운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까. 특
히  가정의  달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는  직장에  매여바쁜 일 많은 가장들을
한층 주눅들게 하였고  젊은이의  달이며 청소년의 달이란 이름 아래 자녀들 뒷
바라지에 끌려가다시피  사는 주부들은 더욱  숨가쁜 한 철을  보냈다. 최근에는
천주교와 개신교에서  5월 마지막 일요일을 부부의날로  정하기도 했다. "가정은
있지만 가족은 없다"는 말도 내남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사회는 정신
없이 변하고 있지만 집집마다가부장적 사고방식과 생활의식은 전혀 변하지 않은
채 남의 이야기하듯 제각각 자신의 가정을  한번씩 돌아보기도 한다.그리고는 가
슴 뜨끔한 기분도  갖게 마련이다. 신문 방송이나 잡지 등지에는  한결같이 훌륭
한 어머니상이나아버지상,효행상,자랑스러운  가족상,평등 부부상  등을 수상한사
람들의 인터뷰를 미화해 싣고 있어 알게 모르게 씁쓸한 기분으로 상대적인 역할
상실감조차 들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생각한다면 얼마나  제 역할을 하는 어머
니나 아버지 가족들이 없다는  것을 보편적으로 인정하면 그런이름의 상까지 만
들었을까 싶다.  가정마다 나름대로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솔직히  인정한 뒤의
떳떳한 결손가정을 당당히 소개하고 또 인정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분위기는 아
직 먼 것일까. 보편적인 "행복한 가정"형을 꾸며 놓고 그 틀 속에 맞는형태를 찾
아가기에는 현대의 가족형태가  너무나 다양하다.우리사회는 편모 편부가정,입양
재혼 독신자 가정 등을  정상적인가정으로 인정않으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여성
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지 눈에 보이는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그 가족이 제역할을 얼마나  제대로 하는가에 있는데 아직 우리는 그콤플렉스에
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얼마 전 유기치사죄 전력이  있는 주부
를 보건복지부가 효행상 수상자로표창해  물의를 빚기도 했고,간통혐의로 구속중
인 가장의 가정을 전통모범가정 수상자로 선정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실
제 20년이상 함께 살았던 50세 이상의 이혼건수가 부산에서만 해도 한달에 90~1
백건이나 되며 이는 전체의 11%,최근2~3년새 3배나 급증한 현상이라  한다.또 최
근 한 설문조사에의하면 우리나라  여성 5명중 4명꼴로 애인이나 남편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에서는 "존경하는 사람"으로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장군 대신 마이클 조던,샤킬 오
닐같은 미국 농구선수 이름을 거침없이 영어로  써낸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이런
다양한 가족구성원들이  모여 살고  있는게오늘날의 가정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래서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그 가정 나름의 방식으로 해소하여 남이 말하는  "
보편적인 행복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한다.  며칠 전 한국을 방문했던 노벨화학
상 수상자로,카오스이론의창시자인 일리야 프리고진교수는 "카오스이론을 무질서
를 정당화하는 이론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개체가 무질서하더라도집단적으로는
규칙과 질서를 갖고 있으며 바로 그것을 찾고자하는 것이 카오스이론"이라고  설
명했다.이것은 현대과학과 사회현상에만 해당되는 이론은 아닐 것이다.위기의 시
대에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것은 과학이나 가정의 문제에서도 공통
적인 현상인 것 같다. 어수선하고 이름붙인 "날"들이 많았던 이 5월의 봄날도 무
질서한 가운데 그러나  또 다른 질서의 계절을  향해 소리없이그렇게 가고 있을
뿐이다.김  순 독자여론  부장부 산  일  보 뉴  스*  기사 분류  :   [사  설/칼
럼]96/05/2906:42:31* 기사 제공 일자 : 96/05/28PAGE : 1/6* 제목 : <데스크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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