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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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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어느 날 학교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앞서 가던 한 소년이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 바람에 소년이 들고 있던 책이며 두 벌의 스웨터, 야구 글러브와 방망이, 작은 카세트 녹음기가 길바닥에 흩어졌다.
마크는 달려가서 무릎을 꿇고 소년의 흩어진 물건들을 줍는 것을 도와 주었다.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았기 때문에 마크는 소년의 짐을 나눠 들었다.
소년과 함께 걸어가면서 마크는 소년의 이름이 빌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그가 비디오게임과 야구와 역사과목을 좋아하며, 다른 과목들은 점수가 형편없다는 것과, 얼마 전에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먼저 빌의 집에 들렀다.
마크는 콜라를 대접받고 빌과 함께 텔레비젼을 시청했다.
잠깐씩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오후 시간을 즐겁게 보낸 뒤 마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그들은 학교에서 곧잘 마주쳤으며, 이따금 점심을 함께 먹기도 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두 사람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그 후에도 몇 차례 만남을 가졌다.
마침내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 되었을 때,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빌이 마크에게 대화를 청했다.
빌은 여러 해 전 그들이 처음 만났던 때를 상기시키면서 마크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 날 내가 왜 그 많은 물건들을 집으로 가지고 갔는지 넌 궁금하지 않니?
그때 나는 내 사물함에 있는 물건들을 전부 가지고 왔던 거야.
내 잡동사니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남겨두고 싶지 않았거든.
난 어머니가 복용하는 수면제를 훔쳐 한 움큼 모아놓았었고, 그 날 집으로 돌아가면 자살을 할 결심이었어.
그런데 너와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나는, 만약 자살을 했다면 이런 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다른 순간들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마크, 네가 그 날 길바닥에 떨어진 내 책들을 주워주었을 때 넌 실로 큰 일을 한거야.
넌 내 생명을 구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