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렬 교수의 인생 상담 > 인생 각본...
`콩쥐와 팥쥐'의 한국판 신데렐라는 A부인의 팔자에 의해서 치러진 보상적인 확인으로부터 막을 열었다. A부인은 어린 시절에 그의 친정어머니로부터 받았던 것과 같은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행동을 그의 의붓자식들에게 그대로 연출해 보이는 것으로써, 부당한 방법으로 자기를 길러낸 어머니를 고발하려는 무의식적 욕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A부인의 본성은 본인이 말한 대로 착하고 선한 것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가 표출해냈던 행동은 선하고 착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A부인이 그의 의붓자식들에게 보인 한없이 표독스러운 행동은 그의 친정어머니가 그에게 보였던 양육방법 그대로였다. 첫 결혼에 실패했던 원인 역시 선량한 남편을 수용하지 못한 것을 넘어, 선량한 면을 무능하게 생각하고, 이를 업신여김으로써 결국은 서로의 관계를 왜곡시킨데 있었다. 모든 사람을 미워해야 했던 A부인은 그의 그러한 마음의 표현으로서 남편을 학대하고 학대를 받았던 악순환의 연속이 결국은 서로를 죽이는 무서운 관계에까지 비약하게 되었다. 이러한 부부관계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서로 때리고 맞지 않으면 하루의 일과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동안 몇 번인가 마음속에서 남편을 죽인 A부인은 자기의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어느 날 밤 친정 오빠 집으로 가출을 한 것이 끝내는 이혼이라는 법적보호를 받게 되었다. 그 후 A부인은 남자에게 과잉공포 반응을 보여 혼자서 살기를 결심하고 6개월 가까운 세월을 보내는 동안, 그는 그의 마음속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밉던 모든 남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백마를 타고 온 왕자처럼 화려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남자가 없이는 살수 없다는 그녀의 무의식적 갈망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학대를 받고 학대를 하고 해야 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무의식세계의 부착현상을 이해할 까닭이 없는 A부인은 여자란 역시 남자가 있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재혼을 해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이렇게 마음을 굳힌 다음에는 가깝게만 느껴지고 그래서 언제라도 손만 뻗치면 잡힐 것만 같았던 남자들이 점점 멀리 아득한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또 몇 달이 지나고 이혼한지 1년이 되던 어느 날 친구의 친구 소개로 만나게 된 남자와 재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A부인이 이 남자와 재혼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이유 중에는 그 남자가 4년 전에 상처를 했고 그동안 혼자서 슬하에 남매를 기르면서 착실히 살아오고 있다는 것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끌리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A부인의 마음이 남매를 둔 이 남자에게 자기도 모르게 끌리게 된 동기는 전처럼 남편을 증오하고 학대를 받는 전철을 밟지 않아도 될 남매가 있어, 남편대신 아이들을 학대할 수도 있다는 무의식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새엄마가 되어 의붓자식을 학대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는 다만 그들의 인생각본이 그러한 인생 극을 연출해야 하는 인생각본에 의해서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