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없는 아이
일곱 살 영주는 집에서뿐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나 못해" "어려워" "선생님이 해주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상담센터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상담자와 함께 찰흙으로 모양 만들기를 하는데, 밀대로 찰흙을 밀다가 잘 안되니까 금세 포기를 하고 "선생님이 해주세요" 한다.
상담자가 만든 것과 비교도 해보더니 "선생님은 잘 만들었다.
내 것은 안 예쁜데" 하며 풀이 죽는다.
놀이 치료실에 있는 초등학교 2학년 민수는 놀이감으로 게임을 고를 때마다 "이거 어려워요?" 하고 묻는다.
물론 치료실에 구비된 게임들은 민수가 충분히 즐기며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카드처럼 돼 있거나 글씨가 많은 게임들은 아예 펼쳐 보지도 않고 "재미없을 것 같다"며 덮어버린다.
글씨가 많으면 어려운 공부를 연상하는 것 같다.
민수는 수업시간에도 멍하니 있는 때가 있고, 과외 시간에도 재미없거나 어려우면 졸아서 더 이상 공부시키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지능검사 결과는 보통보다 높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말이다.
부모는 자녀가 밝고 씩씩하고당당할 때 흐뭇하다.
매를 들었을 때 도망가는 아이보다 주눅이 들어 고스란히 매를 다 맞고 있는 아이가 답답해 더 혼내게 된다는 엄마들 말에는 일리가 있다.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을 보면 첫째 과잉보호하는 부모의 양육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스스로 해본 게 많아야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든다.
그런데 과잉보호하는 부모는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부모가 대신 해주거나 부모의 불안 때문에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 스스로 자율감을 기를 기회가 없다.
경험해본 게 적으니 무엇을 할 때 덜컥 겁부터 나고 시도도 해보지 않은 채 도움만 청하게 된다.
둘째는 부모의 성격문제다.
열등감이 많거나 강박감이 많은 부모.
결벽증처럼 유난히 청결과 정리정돈을 강조하거나 완벽주의적인 부모들은 아이에게 평균 이상의 높은 기준을 요구하거나 아이다운 실수를 용납하지 못해 자주 혼을 낸다.
이런 환경에서 크는 아이는 아주 우수한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자기는 늘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신감은 어떻게 키워줘야 할까? 우선아이 기를 살려주는 게 필요하다.
자꾸 혼나고, 비교당하고, 하는 것마다 제재를 당한다면 당연히 기가 죽는다.
많은 부모들이 잘못 생각하는 게 있다.
아이가 영어를 잘하든지, 피아노를 잘 친다든지, 무엇인가 겉으로 드러나는 능력이 우수하면 자신감이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그래서 과외활동을 많이 시키려든다.
그러나 진정한 자신감은 부모가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고 편이 된다는 확신이 아이 마음속에 들어있을 때 발현된다.
말로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집안 분위기가 밝고 즐거운 가운데 부모자녀 간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아이 스스로 뭐든지 많이 해보게 하여 스스로 성취감을 맛보게 해야 한다.
수학점수 100점이나 로봇 조립을 해낸 것은 아이에게는 똑같은 성취감을 준다.
부모가 할 일은 아이의 시행착오를 격려하고 지켜보면서 견디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