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학교의 세 번째 만남의 주제는 아버지의 사명입니다. 토요일, 이제는 제법 그 얼굴이 밝아진 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아버지학교의 문을 두드립니다. 세 번째 만남까지 오시는 분들은 이미, 끝까지 공부하기로 결정하신 분들이라 첫날의 그 경직되셨던 모습들과는 전혀 다른 아주 부드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지으며 입장을 합니다. 서로 포옹하며 인사하는 모습이 제법 익숙하고 정감이 넘쳐흐릅니다. 봉사자들의 따뜻한 안내와 보살핌 속에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마음을 정리하며 하나님께로 나아갑니다. 약 30분간의 찬양 속에서 하나님 앞에 선 아버지들은 다시 옷깃을 여미고, 대표기도가 끝난 후 자리에 일어나 하나님 앞에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라는 고백을 하며,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구호를 힘차게 외치고, 지난주의 숙제에 대해 나눔을 시작합니다. '아내에게 쓴 편지'와 '자녀가 사랑스러운 이유 20가지'에 대해 조별로 나눔을 갖습니다. 아내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아버지들은 연애할 때 이후 써본 적이 없는 편지를 쓰느라 힘들었다는 고백을 하시는 분이 대부분이고, 상당수의 아버지들이 아내에게 편지를 처음 써 보았다는 고백을 하시기도 합니다. 편지를 쓰면서 아내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더듬어 보기도하고, 또 아내에게 미안했던 점들을 떠올리며 아내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며 새출발을 다짐하기도 합니다. 40대 초반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신학교에 재학 중인 한 형제는 이런 편지를 아내에게 보냈습니다.
"당신과 결혼하여 한 번도 당신의 생일을 챙겨 축하해 주지 못한 나, 결혼 기념일이라고 남들은 축하해 주지만 우리는 한 번도 기념한 일이 없었지. 그나마 당신에게 따뜻하고 정겹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하지 못한 내가 다른 여인들에게 그것도 당신 앞에서 사랑한다고 하며 당신을 구박하던 나, 당신의 마음에 상처를 깊이 주면서도 큰 소리만 치던 나, 당신이 우울증에 걸리고 신경 정신과 전문의한테 다니며 잠을 자가다가도 깜짝깜짝 놀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도, 나의 행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더더욱 소리지르며 집을 나가겠다고, 자식들도 모두 죽여버리고 홀가분하게 혼자 살겠다고 미쳐 날뛰던 나를 그래도 참고 기다리며 눈물 흘린 당신, 그 동안 삶 자체가 지옥 같았을거요. 이곳(아버지학교)에서 나를 돌아보고 당신을 다시 생각하며 나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게 되니 고맙고 감사한 일이요. 다시는 당신 가슴을 아프게 하는 행동으로 당신 눈에 눈물 흐리게 하지 않을 것이오. 다시는 뒤돌아 보는 생활, 방탕하고 방황하는 삶을 살지 않을 것이오. 당신이 고맙고, 소중함을 이제 깨달았소. 이제 나의 남은 삶 속에 당신이 필요하고, 당신의 자리가 가장 소중한 곳에 마련되어 있다오. 다시 말해 봅시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정말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가정이 하나님 품 안에서 살아가는 가정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여보, 진심으로 사랑한다오." 이 편지를 읽는 형제도 울고, 듣고 있는 한 테이블의 형제도 모두 눈물을 흘리며, 자신과 아내와의 관계를 생각하며, 깊은 회개와 새로운 삶에의 결단을 함께 나누게 되는 것입니다. 이어서 자녀들에게 보내는 '너를 사랑하는 이유 20가지'의 숙제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숙제는 그동안 자녀들을 칭찬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고 늘 자녀들의 잘못된 점만을 지적해오던 아버지들에게 자녀를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인지시키기 위해 내는 숙제입니다. 거의 모든 아버지들이 '내가 그동안 우리 아이들의 단점과 못된 점만을 너무 나무랐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단점들도 다 장점이 될 수 있었을 것을... 실제로 처음에는 하나도 쓸 것이 없어, 단점을 쓰라면 금방 쓰겠는데 했지만, 막상 자녀들의 모습을 묵상해보니 사랑스러운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고백을 하였습니다. '선일아, 네가 나의 85kg 몸무게를 능가하는 92kg인것이 사랑스럽다. 술도 먹고 담배도 피우지만 주일 성수만을 꼭 한다는 것이 사랑스럽다. 파출소도 때려 부수고 싸움박질도 하고 다니지만 교도소에는 안 가서 고맙다. 아버지보다도 더 많은 친구가 주위에 있는 네가 자랑스럽다. 어쩌다 한 밥상에 모처럼 앉아 식사를 해도 아무 대화가 없는 자리라고 해도, 네가 함께 한 밥상에 앉아 있다는 것이 좋다. 너를 보고 지난 날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회상케 되니 고맙다. 이 모든 것에서 네가 이 아빠를 닮았다는 것이 사랑스럽다. 네가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것은, 너를 보고 나의 죄를 깨닫고 하나님 앞에 더 많이 무릎 꿇을 수 있어서 네게 고맙다. 이하 생략.'
조별 나눔을 마치고 식사를 하면서 계속 삶을 나눈 후, 식사 후에는 찬양에 이어 각 조에서 나눈 것 중, 감동적인 것 3-4개를 추천하여 전체적인 나눔을 하게 됩니다. 이 나눔에 이어,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한 형제로부터 '삶의 나눔(간증)'을 듣게 됩니다. 약 15분간의 삶의 나눔을 마친 후 축복송과 축복기도에 이어, 세 번째 강의 전반부를 시작합니다.
세 번째 강의 전반부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여성 문화인류학자인 마가렛트 미드 박사는 '아버지라는 말의 의미가 상실되고, 아버지의 이미지가 훼손되기 시작하면서 세상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세상을 회복시키기 우해서는 아버지라는 말의 의미를 되찾고, 아버지의 흐트러진 이미지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회의 문제는 정체성 상실의 문제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을 사라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시대의 가치관과 흐름에 밀리고 쫓기는 사람들이 방황하고 넘어지고 상처를 입히는, 그래서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로 세상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야 합니다. 남자로 태어나서, 최고의 자리는 정치인, 법조인, 목사, 교수,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남자로서의 최고의 자리는 하나님의 대리자인 '아버지'가 되는 것입니다.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은 자신의 사명을 깨닫게 됩니다. 선교사는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깨닫습니다. 사명을 깨닫지 못하고 선교지로 나아간다면, 그는 공연히 시간과 물질만을 낭비하고, 결국은 좌절하고 말 것입니다. 정체성을 확립한 사람은 반드시 사명감을 깨닫게 되어 있습니다. 이 사명을 이루기 위해 최서을 다할 때, 자신의 정체성은 더욱 확실하게 되며, 하고자 하는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아버지들은 어쩌면, '나는 돈만 벌어다 주면 된다. 가끔 외식이나 시켜 주고, 때때로 영화 혹은 휴가 등만 챙겨 주면 되는 것 아닌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내가 대학까지 시켜 주었으면 아버지로서의 사명은 다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 오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아버지의 사명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중요한 일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지극히 작은 부분에 속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녀들에게 세상을 열어 보이는 세상을 미리 경험시키는 중대한 사명이 있습니다. 아니 자녀들에게 영적인 세계를 맛보게 하는 중대한 사명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격을 형성시키고, 그의 미래의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가정에서 목자의 역할과 머리의 역할을 잘 감당한다면, 자녀들이 세상을 만날 때 두려움이 없고 하나님을 만날 때 사랑의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역할을 해 오셨으며, 아버지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전반부의 강의를 요약하고, 그 강의에 대한 조별 나눔을 약 30분정도 진행 한 후, 또 2-3명의 아버지들이 나와서 전체 나눔을 하게 됩니다. 이때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나는 돈만 벌어다 주면 되는 줄 알았다. 잘 못 살아온 것 같다'고 고백을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후반의 강의가 시작되면서, 시편 23편을 인용하며 아버지의 4대 사명에 대한 강의를 합니다.
"아버지의 첫 번째 사명은 자녀의 '삶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시편 23편 1-2절을 부면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라고 말씀했습니다. 아버지는 자녀를 푸른 초장으로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분입니다. 자녀들이 어려울 때 아버지의 사랑과 격려를 기억해 내고, 끊임없이 힘을 공급받는 삶의 원천이 되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웃음을 잃지 않으시고 기도하셨던 아버지, 오히려 가족들을 격려해 주셨던 아버지의 모습, '괜찮아, 자, 힘내자'고 위로하셨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삶의 태도와 모습이 자져들의 미래를 열어가는 것입니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 그는 결국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그를 그토록 사랑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해 내고, '내가 하늘과 아버니께 죄를 얻었사오니'하는 고백을 합니다. 사랑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깨어진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그는 다시 자신의 '삶의 원천'인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두 번째 아버지의 사명은 '자녀에게 지표'가 되는 것입니다. 시편 23편 3-4절은 '내 영혼을 소성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위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은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영적인 자녀들에게 '나를 본 받아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버지는 자녀에게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한 너무 많은 아버지들이 '이 다음에 너는 커서 애비를 닮지 말아라' 혹은 '애비가 산대로 살지 말고, 애비가 말한대로 살아라.'로 말합니다. 이것이 비극입니다. 자녀들에게 삶의 지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거칠고 험악하고 힘들어도 성경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제시해야 합니다.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고통 가운데 빠뜨릴 때도 최선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무슨 문제만 부딪히면 담배를 내뿜으며 한숨을 쉬고, 술 취해서 아내를 핍박하고 가족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아버지는 거짓말을 밥먹듯하며, 자녀들에게는 '거짓말 하면 못 써'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아버지의 권위만 실추시키는 행위입니다. '자녀들은 10대가 되면 아버지가 말한대로 살지 않고, 아버지의 등을 보고 따라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 번째 사명은, '자녀에게 자부심'되는 것입니다. 시편 23편 5절은 '주께서 내 원수를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이 얼마나 가슴 뿌듯하고, 벅찬 장면입니까? 적이 우리 앞에 와 있는데 아버지께서 오히려 큰 잔치상을 마련하고 머리에 기름을 바르시고 격려하는 보습, '괜찮아, 네 곁엔 아버지가 있잖니?' 이것이 자부심입니다. 자녀를 억누르고, 잘못만을 지적하는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자부심을 키워 줄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경험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자녀들은 이 다음에 '너 아빠하고 붕어빵이구나'하는 소리에 기쁨을 느낄 것이며, '아버지와 닮은 남편을 얻고, 아버지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고백을 하게 될 것입니다. 누가복음의 탕자에게는 그의 자부심이 되었던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사실 그 아버지는 둘째 아들이 재산을 가지고 나가면 망할 것을 다 아셨습니다. 그러나 큰 사랑으로 아들을 보냈습니다. 그에게 세상을 열어 주고, 그의 독립하고자 하는 의지를 꺽지 않으시려는 배려, 그의 자부심을 북돋으려 하셨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둘째 아들의 자부심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돌아온 탕자의 가장 귀중한 교훈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렇게 좋은 아버지에게서도 그런 탕자 같은 아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며, 그러나 아버지가 그 아들에게 자부심이 된다면 그 아들은 반드시 아버지께 돌아오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한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 사명은 '미래의 보장'이 되는 것입니다. 시편 23편 6절은,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라고 고백합니다. 아버지 여러분, 여러분들의 자녀에 미래의 보장으로 무엇을 남기고 싶습니까? 재산입니까? 지식입니까? 유대인 속담에 '어리석은 자는 재산을 남기고, 학식있는 자는 지식을 남기고, 지혜로운 자는 신앙을 남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세상을 떠날 때, 무엇을 남겨 주고시고 떠나길 원하십니까? 아버지의 사명을 잘 감당하여 여러분의 자녀들에게 멋진 삶의 유산을 남겨주시는 아버지가 되시길 축원합니다." 하며 후반부 강의를 마친 후, 아버지의 사명을 감당하여 가정을 밝히고, 사회를 밝히는 거룩한 아버지가 될 것을 결단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갖고 마지막으로 숙제를 내어 줍니다. 한 주간의 숙제는 '아내가 사랑스러운 이유 20가지' 써오기, '자녀들을 사랑하는 이유 20가지를 갖고 일대일로 데이트 해 오기- 이 경우에는 자녀가 원하는 곳에 가서 아버지가 직접 쓴 것을 자녀에게 읽어 주고 데이트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밀린 숙제를 해오고 가능하면 조별로 평일 날 따로 만나서 충분한 교제를 갖고 서로 격려하는 시간을 갖도록 권면합니다. 이윽고 조별로 구호를 외친 후, 서로 포옹하고 배운 것을 실천할 것을 격려하며 집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