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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기 아이들 다시 보기 : 관계성을 찾아서


'다시 보다'라는 말은 무슨 말일까? 오랫동안 가르치는 일을 해오면서 특히 '본다'는 일의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먼저 '본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다. 보면서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이해하게 된다. 또한 '본다'는 것은 '기대'를 뜻한다. 무엇을 보면 앞으로 그것이 어떻게 되어질 것인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가늠하게 된다. 이것을 일컬어 우리는 '관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본다'는 것은 그 보는 대상을 내 시야 속에 가두는 일이기도 하다. 그 대상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 나의 보는 방식과 이해의 틀 속에서 제한되어진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보다'는 아주 중요한 시도이다. '다시'는 기존의 방법이 이건 다른 방법으로, 또한 다른 범위로 상대방을 보겠다는, 그리고 이해하겠다는 과감한 결의이다.

이 글에서의 '다시 보다'란 먼저, 영아들을 기존의 방식인 무기력한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어느 시기보다도 놀라운 능력을 가진 존재로 보겠다는 것이며, 미숙한 존재가 아니라 성인과 마찬가지로 하나님과 사랑의 관계 속에 서 있는 완전한 존재로 보겠다는 것이요, 따라서 그들을 올바로 볼 수 없는 우리의 시각과 이해의 한계를 분명히 인정하는 겸손함으로 보아야 함을 고백하는 것이다.

O~3세는 우리 모두 겪어온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은, 그래서 도저히 파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의 시기이다.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 속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며 놀라움과 경탄으로 작아지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임을 인식하고 조심스레 그들을 '다시 보기'로 하자.


0-3세 발달의 이모저모

한 개인의 발달에 작용하는 두 가지 주요 요인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생득적으로 지니는 유전적 소질과 거기에 촉진적으로 혹은 제한적으로 작용하는 환경이다. 이 두 가지 요인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개인의 발달을 규정해 나간다. 이 글에서도 편의상 먼저 영아의 개체적인 발달 특성들을 살펴본 후에 그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적인 요인에 대해 논의하고 끝으로 기독교교육적인 적용을 시도하고자 한다. 인간의 발달이란 그야말로 신묘막측하고 그 깊이와 폭을 그 누구도 단번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 중에서도 관계성이라는 측면을 발달을 가늠하는 척도로 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편의상 발달을 연령별로 구분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략이며 각 연령단계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전제하고 논의하도록 하자.

생후 1년 : 두발로 걷기

갓 태어난 아기는 동물들보다 무력한 존재이다. 말을 할 수도, 혼자 걸을 수도, 먹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아기로 하여금 관계성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게 만든다. 그의 모든 것을 주관하고 돌보는 존재, 즉 엄마와의 관계는 아기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그러므로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아니 엄마의 탯속에서부터 관계적인 존재이다. 탯줄을 통해 엄마에게서 영양을 공급받고,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엄마의 정서를 함께 느끼며 자란다. 출생 시 아기는 30cm정도를 분간하는데 이것은 바로 젖을 먹을 때 엄마의 얼굴을 대하는 간격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생후 몇 시간 되지 않은 아기도 자기와 대면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표정을 모방할 수 있으며, 이것은 단순한 모방이 아닌 주체 간의 의사소통의 초기현상이라고 한다. 이처럼 인간은 관계성에의 능력을 생득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

동물의 새끼들은 태어날 때 이미 생존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인간은 기본적인 몇 개의 빨기, 잡기, 바빈스키, 모로 반사 등 반사작용만을 최소한의 생존전략으로 지니고 태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출생 시의 미숙함은 앞으로 자라면서 주위환경을 통해 필요한 것들을 학습해 나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생후 1년은 아기가 무기력함에서 시작하여 두 발로 걷게 되는 독립적 존재로 발달해 가는 놀라운 시기이다.

먼저 신체적 성장은 출생 후 몇 달간 급속도로 진행되므로 이 시기를 1차 성장급등기(the first growth spurt)라고 칭한다 키는 1년 동안 약 1.5배, 몸무게는 약 3배로 증가한다. 이와 동시에 뼈와 근육의 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되며, 무엇보다도 뇌신경계의 성장은 일생 동안 그 어느 시기보다도 빠르게 진행된다. 이를 바탕으로 감각과 지각이 발달하며 운동발달이 이루어지는데, 이 시기의 정상적 감각운동의 발달은 정상적인 인지발달의 바탕이 된다.

시력은 6개월 정도가 되면 성인의 정도로 발달하며 대부분의 지각능력은 생후 1년 사이에 거의 완성된다. 발달하는 지각과 함께 아기의 근육이 성장하고 주변을 탐색하는 기술이 늘어 가며 인지 능력이 발달하게 되는데, 피아제(Piaget)는 이 시기를 "감각 운동기"라고 명명 했다. 유아는 6, 7개월 정도가 되면 일어나 앉게 되고 신경조직의 발달과 함께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최초로 이동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기는 단계는 건너뛰기도 하며 기는 동작도 아기들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정서는 감각발달과 마찬가지로 생후 1년 동안 거의 분화 발달한다. 출생시 미분화 된 흥분상태이던 것이 3개월경부터 쾌와 불쾌 정서가 분화되기 시작하여 5, 6개월 정도부터 분노, 공포, 기분 좋음, 애정 등으로 세분되어 나타난다. 얼굴인식기능 등 지각의 발달과 함께 생후 6~8개월이 되면 아기는 특별히 의존하는 사람과 선택적 애착관계를 맺게 되고 낯선 사람에 대해서 불안함을 보이는 낯가림을 하게 된다. 또한 애착대상과 떨어지면 불안해하는 격리 불안 현상도 보이게 된다. 하지만 이 격리불안은 대상영속성이 확립되면서 차츰 사라지게 된다. 이 시기의 애착대상에 대한 관계의 질과 내용은 앞으로의 성격발달과 사회성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엄마와 안정된 정서적 유대를 이룬 아기는 엄마와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게 되고 이것은 나아가 또래나 다른 어른들과의 관계에서도 자신감과 신뢰를 발달시키는 반면, 애착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는 자신과 타인에 대해서 신뢰적이지 못하고, 엄마에게 매달려 떨어지지 못하는 의존적 경향을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에릭슨(Erikson)은 생후 첫 시기의 심리사회적 발달과업을 기본적인 신뢰감의 발달이라고 보았다. 또한 엄마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감의 경험은 인간의 창조자이신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신앙의 바탕이 된다. 따라서 인간은 생애 첫 단계에서부터 신앙의 가장 핵심인 하나님과의 관계성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본성인 전지, 전능, 그리고 사랑, 자비, 항상 함께 함 등을 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서 무의식적이며 느낌의 수준으로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보호자인 엄마와의 관계성의 질은 아기의 일생을 통한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성 발전의 초석이 된다. 그래서 파울러(Fowler)는 이 단계를 '근원적 신앙(primal faith)의 단계'라고 하였다.

생후 1년경에 아기는 드디어 두 발로 일어서서 걷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아기에게 독립적 이동과 함께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놀라운 능력을 획득함을 의미한다. 이제 아기는 드디어 자신이 독립적 존재임을 선언하기 시작한다.

생후 2년 : 자율성

생후 2년째로 들어서면 아기의 몸은 신체비율이 달라지고 균형이 잡히며 두 다리로 걷는 것이 능숙해짐과 동시에 두 손을 사용하게 되어 뇌는 더 효율적인 학습을 하게 된다. 시각기능과 근육의 발달이 이루어짐과 함께 조작기능도 차츰 섬세해진다. 이와 아울러 점점 능숙해지는 보행능력은 아기의 자주성뿐만 아니라 엄마에게서의 독립이라는 일생을 거치는 인간과업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걷기는 이 세상을 향한 경험확대의 바탕이 되며 타인들과의 관계성도 더 다양해질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한다. 또한 괄약근의 발달과 더불어 용변을 스스로 통제 조절하는 것을 배우게 되고 이 모든 것은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을 형성하는 바탕이 된다. 에릭슨은 괄약근의 주요 기능인 배설물을 보유하거나 내보내는 기능을 아기가 스스로 조절하게 되는 과정에서 부모의 용변훈련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기의 자율적 행동이 부모의 통제와 만나면서 잘한 것(good)과 못한 것(evil)을 구분하게 된다. 따라서 아기는 이제 모든 것이 허용되거나 안전한 것이 아님을 배우며 외부의 통제하는 힘에 대해 복종이나 대항으로 자신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동시에 이것을 글리슨(Gleason, Jr.)은 "이후의 종교적인 선악 개념의 기초가 된다"고 보았다.

생후 1년경에 아기가 보이는 또 하나의 괄목할 만한 능력은 언어의 발달이다. 생후 약2개월 말에서 시작되는 옹아리는 6~8개월이 되면서 어른들의 언어와 유사한 발음을 따라하기 시작하며 성인들의 말을 구별하기 시작한다. 생후 1년이 되면 처음으로 유의미한 단어들을 말하게 되고 이후 급속도로 어휘가 증가해 간다. 하지만 아직 미분화된 단일 단어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라는 자율적인 의사소통의 도구를 획득한다는 것은 진일보한 관계성의 표식이다. 이제 어른의 말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 반응하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자율적인 존재의 표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14개월경이 되면 어른들의 말에 긍정적인 반응뿐 아니라 낯선 얼굴이나 싫은 것, 혹은 자기주장을 위해서 "아니오(No)"로 관계성을 통제하는 것도 배운다.

이와 같이 아기는 이제 좀 더 자율적인 모습으로 스스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하는 진정한 관계성의 존재로서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또한 이 시기의 인간관계를 통해 아기는 진일보한 하나님과의 관계성을 배우게 된다. 옳은 것과 잘못된 것의 구분, 통제자이신 하나님께 "예"와 "아니오"로 반응하는 보다 더 자율적으로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의 그림자를 이미 이 시기에 엿볼 수 있다.

생후 3년 : 자아의식의 시작

3세경이 되면 성장속도가 다소 감소되지만 아동기에 비하면 역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인다. 운동발달은 대, 소근육의 발달과 더불어 달리기, 뜀뛰기, 균형 잡기, 미끄럼 타기, 세발자전거 타기 등 기능도 다양해지고 안정되어 간다. 수저 사용이 가능하고 옷도 혼자 벗는 등 자조기능도 큰 발달을 보인다. 언어에 있어서도 차츰 세 단어 이상 사용하게 되면서 문장구조 등 문법적 감각도 발달한다. 내면적 표상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억력과 상상력이 발달하고, 자신이 타인에게서 독립된 신체를 가졌다는 인식을 하면서 차츰 자기의식과 함께 자아개념이 싹트게 된다. 이와 동시에 부모로부터의 개체화(individuation)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아이의 신체적 자기의식이 시작되면서 자신과 타인의 신체의 다름도 차츰 인식하게 되고 이와 함께 성구분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성이 영속적임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 이 단계를 콜버그(Kohlberg)는 "기본적 성정체성의 단계"로 보았다. 기본적 성정체성을 획득하면서 영아들은 그 사회가 요구하는 일반화된 성역할을 익히게 된다. 최근에는 "영아들이 성역할의 구분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능력을 구사할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하기 위해서는 성차별적 대우보다는 양성(兩性)적으로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길러야 한다"는 양성성(androgeny)의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성역할의 모델은 역시 부모의 본보기가 주된 역할을 하지만 형제나 또래, 교육기관과 대중매체가 보여주는 본보기도 무시할수 없다. 모방과 놀이가 주된 학습방법인 이시기에는 영아의 눈에 비치는 주변의 모습과 역할행동이 그대로 모방되고 놀이 속에서 재현된다. 영아들에게 부모나 주변 모델들에 의해 내면화되는 것은 성역할뿐만 아니라 생활태도, 삶의 방식, 가치관 등이 그대로 동일시되어 앞으로의 도덕성 발달의 밑거름이 된다. 특히 부모 등 외부에서 제시하는 규범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이 옳은 것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이 시기의 도덕성을 피아제는 '타율적 도덕성(heteronomous morality)"이라 칭한다.

이 시기의 영아는 신앙적 태도 역시 주로 부모와 가족들의 신앙의 모습을 모방하는 것을 통해 형성하게 된다. 언어로 표현되는 성경이야기를 아직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지만, 보고 듣는 동안 특히 직관을 통해 얻는 인상과 경험들이 차츰 의미의 단위로 구성되어진다. 따라서 이 시기의 신앙교육은 기본 태도를 보여주는 태도교육과, 의미를 느낌의 수준에서 체험하는 느낌교육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논의한 것과 같이 아기는 이제 단순한 자율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의식과 역할을 가진 한 개체로서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 서 있는 보다 주체적인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으로 자라가기 시작한다.


0~3세를 둘러싼 환경

부모

0~3세의 발달은 이미 말했듯이 아기를 둘러싼 환경의 지대한 영향 속에서 이루어져 간다. 그 중에서도 인간초기의 가장 강력한 환경은 '부모'이다. 부모는 아기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면하여 관계를 맺게 되는 대상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눈에 처음으로 맺혀지는 부모의 모습은 이후 가장 강력한 애착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동인이 되는데 이를 우리는 '각인(imprinting)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형성된 아기와 부모와의 밀접한 관계는 가정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아기의 발달과 인격형성을 좌우하는 강력한 영향력으로 작용한다. 아기는 부모를 통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느끼고, 체험하고, 배우게 되며 이 경험들이 앞으로의 아기의 일생을 통한 인격과 삶의 태도를 발전시킬 바탕이 된다. 아기에 대한 부모의 부적절한 반응이나 태도는 아기의 생리적, 심리적 발달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반대로 부모의 긍정적이고 적합한 태도는 아기의 발달을 지원하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하지만 부모-자녀 간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상호적이다. 아기가 부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동시에 부모가 아기로 인해 생기는 일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아기는 자신의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주변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능동적 존재이다. 아기의 존재와 특성은 부모로 하여금 아기와의 의사소통이나 원활한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워 나가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아기와의 인간관계를 영위하는 기술과 방법은 부모 됨(parenting)의 기초가 되며, 부모에게는 함께 변화해 나갈 것을 요청하게 된다. 이러한 아기와 부모의 상호적 영향관계는 신앙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기는 부모가 형성한 가정의 신앙적 분위기 속에서 부모의 행동과 태도를 모방하는 가운데 신앙의 기초개념과 태도들을 배우게 된다. 반면에 부모는 아기의 존재로 인해 그들의 신앙에 새로운 도전들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부모와 자녀는 신앙 속에서 자라가는 일생 동안의 교육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사회적 상황

아기에게 일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환경은 부모를 포함한 가정이지만 사회적 상황은 간접적이긴 해도 만만찮은 영향을 아기의 발달에 미치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영아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적 흐름은 필자의 견해로는 우선적으로 가정의 변화와 포스트모던적 흐름이 몰아온 가치관과 생활방식의 변화이다. 가정은 하나님이 내신 근본적인 창조질서임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가정의 해체라는 말이 나을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이 흐름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은 자녀들, 특히 어린 자녀들이다. 편부모, 이혼, 조손가정 등 결손가정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 인한 맞벌이 부부의 경우도 아기에게 절실한 신뢰와 안정된 관계성을 형성할 기반을 제대로 제공할 수가 없다. 또한 가정에서 버림받아 사회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겪는 가장 치명적인 결핍은 바로 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부모와의 관계성인 것이다.

또한 우리가 영아교육을 논할 때 주목해야 할 점은 21C로 들어오면서 몰아친 포스트모더니즘적 가치관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기술의 눈부신 발달은 정보화 사회라는 편리함을 담보로 우리에게 극도의 자기중심주의, 다원-상대주의, 외형-감성지상주의 등을 추구하도록 가치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on-line) 소통방식, 로봇 등의 기계인간, IT로 무장된 미디어 세계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다가와 오프라인(off-line)의 직접적 소통과 얼굴 대 얼굴의 만남을 방해하고, 따스한 온기의 나눔을 제한한다. 뿐만 아니라 다원적이고 상대적인 어른들의 가치관은 아기의 자기정체성 형성에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고, 어릴적부터 보고 자라는 외형-감성지상주의는 아기의 지혜로운 전인적 발달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영아기 신앙교육을 통해 하나님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이웃들과의 사랑의 관계를 형성해 신앙인으로서의 바탕을 세우는 데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가정과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불가피한 도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의 기독교교육적 사명

지금까지 살펴본 O~3세 아기들의 여러 가지 면모들은 우리에게 인간은 생명이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하나님과의 관계성 속에서 자라가는 존재임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 생애초기의 신앙교육의 중요성이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급변하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 영아의 신앙교육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지닌 교회가 명심하고 대처해 가야 할 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두 마디로 요약이 불가능하지만 최소한의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부모와의 연계

무엇보다 아기의 첫 교육파트너인 부모가 기독교교육적 준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가정은 최초의 핵심적인 교육의 장이며, 부모는 하나님께 사명을 받은 첫 교사이다. 아기와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모든 부모의 삶은 그대로 아기의 삶의 지표가 된다. 부모는 아기에 대한 하나님의 대리자이며, 하나님의 은혜의 통로이자 하나님 신앙의 모델이다. 따라서 교회는 영아교육에 있어 반드시 부모와 긴밀히 연계하여 가정과 교회의 일관성있는 기독교교육을 도모해야 하며, 아울러 부모의 신앙을 세우기 위한 부모교육을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교육적 노력

또한 교회는 회중공동체가 하나님의 눈으로 영아들 하나하나를 볼 수 있도록 회중을 교육해야 한다. 아기는 하나님의 형상이며 하나님이 주신 가능성의 존재이다. 공동체 구성원 하나하나가 아기의 신앙교육의 환경임을 자각하고 좋은 신앙의 본을 보이도록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교육을 맡은 교사의 교육이다. 교사는 아기가 처음 만나는 이웃인 동시에 사회이다. 즉, 하나님의 더 넓은 세계를 소개하는 '양의 문'이라는 말이다. 부모와 연계하여서 일관성있는 교육에 힘쓰고, 교회라는 확대된 가정의 부모로서 신앙의 올바른 본보기를 제시해야 한다. 교육의 방법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특히 멀티미디어의 사용에 있어서도 유념하여 영아들을 위해서는 간접적인 영상매체보다 직접적이고 경험적인 신체적 접촉이 더 중요하며, 방법적인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나아가서 교회의 평생교육시스템의 구축을 제안한다. 신앙교육은 일생을 통한 과정이다. 기초단계의 교육이 바탕이 되고 모든 단계별 교육이 연계되어 일관성있게 발전되어 나가는 평생교육이 교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환경 개선 주도

앞에서 논했듯이 가정과 교회만이 영아들의 교육환경인 것은 아니다. 사회문화적 상황이나 더 나아가 생태환경의 상태까지도 아이들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교육환경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논하면서 이 점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교회는 온 땅 끝까지 하나님나라를 펼칠 사명을 주님께로부터 받았다. 이것은 바로 영아교육의 환경개선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교회는 무사안일한 개교회주의에서 벗어나 세상의 가치관을 하나님의 가치관으로 주도하고 하나님이 내신 가정 제도를 회복하며, 그의 위기에 처한 창조세계를 다시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또한 기술공학과 편리함 위주의 성과주의보다는 인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이 최고의 가치인 삶의 태도를 과감히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교회공동체의 모습을 순수한 눈망울 속에 담고 자라나는 아기들은 자라서 다시 그들의 아기들에게 하나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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