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죽음이 문 앞에 찾아오지 않았을 때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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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회에 젊은 나이에 남편을 사별하고
세 남매를 키워온 권사님이 계셨다.
권사님은 불우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오직 믿음으로 이겨낸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나이가 들자 자식들도 다 결혼을 시켰고 집도 있고
남은 여생을 남에게 손 벌리지 않더라도
먹고 살만한 재산도 이루었다.
교회에서도 존경을 받고 가족들로부터도
사랑 받는 위치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몸이 아파 사위가 의사인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검찰을 했더니
말기암 진단이 나왔다.
종합병원을 찾았는데 종합병원 의사는
3개월 시한부 판정을 했다.
그런데 가족들은 너무나 행복한 생활을 하는 어머니에게
차마 말기 암이라는 사실을 말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권사님은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권사님 가족들은 목사님에게 찾아가
이러한 사실을 말씀드리고 심방을 부탁했다.
목사님은 병원을 찾아가 권사님께 예배드리고
가족들을 다 나가게 하고는 물었다.
“권사님, 제가 낫게 해달라고 기도할까요?
아니면 천국가게 해달라고 기도할까요?”
권사님은 마음속으로 몸에 큰 이상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지만 목사님이 그렇게 물으시니
가만히 있다가 목사님에게 되물었다.
“목사님 얼마나 남았습니까?”
목사는 진지하게 말씀드렸다.
“그렇게 물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사는 3개월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생명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권사님,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옵니다.
권사님의 남은 생애를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습니까?
아니면 원망하고 한탄하며 보내고 싶습니까?”
권사님은 아무 말도 없었다.
목사님은 다시 물었다.
“하나님이 원망스러우십니까?”
권사님은 눈물을 흘리면서 대답했다.
“아닙니다. 하나님은 저에게 참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그 후 권사님은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삶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교인들을 초대하여 식사를 나누고
가지고 있던 물건들도 나누어주었다.
심방 온 부목사님과 전도사님에게는 상품권을 사서 주었다.
가족과 가고 싶었던 여행을 다녔다.
그리고 남은 재산을 자녀들에게 분배했다.
재산 중 십일조로 교회에 드렸다.
권사님은 3개월 시한부를 받았지만
덤으로 3개월을 더 사시다가 천국에 입성하셨다.
가족들은 권사님이 떠난 후 어머니와 함께 한
그 6개월이 가족들에게 가장 행복한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권사님은 그 때 가족들에게 말씀하셨다.
“말기암은 나에게는 하나님의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언제 하나님 앞에 가는지를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가족과 이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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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말기 암 진단을 받고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다섯 단계의 심리 상태를 거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정신병원과 가정의학의사인 퀴벨 로스가 발표한 비통의 5단계(DABDA)입니다. 1969년도에 <On Death and Dying> 책을 쓰면서 소개했는데, 사람이 죽음이나 극적인 어떤 것을 겪을 때 5단계의 감정적인 상태를 겪는 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부정(Denial)의 단계입니다. 말기 암이라고 말하면 충격을 받고 “설마 내가 암이라고?” “의사의 진단이 잘못 되었을 것이다.”“다른 사람과 바뀌었을 것이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다시 검사를 하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다른 병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면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는 데 분노(Ager)의 시기입니다. 검사를 여러번 해 봤지만 맞다고 하면 “왜 나지?” “내가 뭘 잘못 했다고?”하면서 내가 암에 걸린 것에 대해 화를 내면서 가족이나 의사, 간호사에게 분노를 폭발합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화를 수그러뜨리면서 세 번째 단계인 타협(Bargaining)의 시기가 찾아옵니다. 아이들이 졸업할때 까지, 아이들이 결혼할 때 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하면서 제한적이나마 수용을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약이 나오면 제일 먼저 자기에게 투약해 달라고 하면서 의사와도 협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수술이나 약물 치료를 하게 되면, 금전적인 재정부담이 들고 암환자라서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못하고 해서 패배감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합니다.
네 번째 단계인 우울(Depression)의 시기입니다. 죽음에 대한 준비단계로서 우울증을 겪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죽음의 시기가 다가오게 되면
다섯 번째 단계인 수용(Acceptance)의 시기가 찾아옵니다. 슬픔과 우울한 시기를 지나면 가족과 의사에게 가졌던 감정을 떨치고, 죽음을 인정하고 가족에게 예전에 잘 못 했던 것을 사과하고, 좋은 시절을 회상하거나 자기가 죽은 후에 남은 가족을 걱정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품위를 지켜나가기 시작하고 평화롭게 마지막을 고요히 기다린다고 합니다. 이 단계들의 끝은 죽음을 심리적으로 받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단계들은 모든 사람이 다 거쳐 죽음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중간에 회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어차피 죽는다면 빨리 수용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 같지만 사실은 감정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직 죽음이 문 앞에 찾아오지 않았을 때 죽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