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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묵상 연속설교(8) - 신실한 소수자(Faithful Minority)


마태복음 (Matthew) 2:1-12


1.

Merry Christmas! 주님의 은혜와 사랑이 성탄절을 맞아 교우 여러분에게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지난 주, 예배가 끝난 후 어느 교우께서 지나가시면서, "다음 주에는 베들레헴이겠죠?"라고 말씀하십니다. 속으로 '이크, 들켰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성탄절에 맞추기 위해 베들레헴 이야기를 오늘까지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베들레헴'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빵집'이라는 뜻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약 7 마일 정도 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현재는 팔레스틴 자치 지구에 속합니다. 그래서 도시 경계에 높은 장벽이 서 있고, (사진1) 장벽 사이에 검문소가 있어서 통과할 때 철저한 보안 검색을 받습니다.

저희 일행은 버스를 타고 검문소를 지나 좁은 언덕길을 따라 '예수 탄생 교회'(The Church of the Nativity)를 향해 올라갔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제 눈에 들어오는 베들레헴의 분위기는 삭막하고 스산했습니다. 마치 죽어있는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예수 탄생 교회'에 가까와질수록 활기가 느껴지기는 했습니다만, 왠지 마음이 움츠려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베들레헴에 얽힌 아픈 역사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유대인들에게 베들레헴은 특별한 곳입니다. 바벨론이 예루살렘 성을 함락시키고 예루살렘에 살던 유대인들을 베들레헴에 있는 라헬의 무덤에 집결시켰습니다. 바벨론까지의 멀고 먼 행군을 베들레헴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그 사건을 두고 예레미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주가 말한다. 라마에서 슬픈 소리가 들린다. 비통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라헬이 자식을 잃고 울고 있다. 자식들이 없어졌으니, 위로를 받기조차 거절하는구나. (렘 31:15)

야곱의 아내 라헬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어머니인 셈입니다. 사슬에 묶여 포로로 잡혀가는 자손들을 보고 라헬이 통곡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육신적인 시각에서 보면 라헬은 죽어서 말이 없지만, 하나님의 시각에서 보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라헬이 자손들의 불행을 보면 얼마나 슬퍼하며 우는지, 위로 받기조차 거절했다고 합니다. 슬픔이 너무도 크면 위로받기를 거절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베들레헴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헤롯 대왕(Herod the Great)의 유아 학살 사건입니다. 로마 황실의 허락을 받아 유다를 다스리고 있던 헤롯 대왕은 장차 유대인의 왕이 될 사람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베들레헴과 그 가까운 지역에 사는 두 살 이하의 남자 아이들을 모두 살해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베들레헴의 인구가 얼마였는지 모르기 때문에 추측하기 어렵습니다만, 적어도 몇 십명은 되었을 것입니다. 한 순간에 아들을 잃은 부모들의 통곡으로 베들레헴은 또 한 번 진동했을 것입니다.


2.

헤롯 대왕에 대해 잠시 소개하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그는 예수께서 활동하실 때 갈릴리를 다스리고 있던 분봉왕 헤롯(Herod the Tetrarch)의 아버지입니다. 헤롯 대왕은 유대교를 신봉하기는 했지만 혈통으로 유대인은 아니었습니다. 혈통을 중시했던 유대인들은 그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37년 동안 왕으로 군림했던 헤롯 대왕을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헤롯 대왕은 끝도 없는 야심과 잔인성으로 유명합니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라고 마다하지 않았고, 가까운 친척을 살해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었습니다. 로마 황실에 아부하기 위해 그리고 로마의 권력을 모방하기 위해, 그는 유대 땅에 로마식 도시를 건설하고, 곳곳에 별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별장으로 만든 왕궁을 보면 그의 권력욕이 얼마나 컸고, 또한 자신의 권력을 지키느라 얼마나 불안에 떨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Josephus)는 헤롯 대왕의 죽음에 대해 웃지 못할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그는 병으로 죽었는데, 자신의 죽음을 두고 슬퍼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유다 전역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식들에게 유언을 내립니다. 자신이 죽는 순간에 그 사람들을 모두 살해하라고. 그렇게 하면 자신이 죽었을 때 곡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계산했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그 자식들이 그 유언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헤롯 대왕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 동방박사들이 찾아옵니다. 별을 관찰하며 운명을 점쳤던 점성가들입니다. 그들이 찾아와 유대인의 왕이 될 아기가 태어났다고 했으니, 헤롯 대왕이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3절에 보면, "헤롯 왕은 이 말을 듣고 당황하였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는 내로라는 율법 교사들을 모아 놓고 문의했고, 동방박사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냅니다. 그리고는 "가서, 그 아기를 샅샅이 찾아보시오.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나도 가서, 그에게 경배할 생각이오"(7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속셈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베들레헴에서 아기 예수를 만나 경배한 후, 동방박사들은 천사의 지시를 받고 헤롯 대왕을 만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러자 헤롯 대왕은 베들레헴만이 아니라 그 주변 동네까지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이로부터 두살까지 모든 남자 아이들을 살해하도록 명령합니다. 작은 암세포를 발견하고는 위의 절반을 도려내는 것처럼, 불씨의 가능성을 완전히 도려내려 한 것입니다. 과연 헤롯 대왕다운 발상이고 또한 헤롯 대왕다운 명령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하나님을 탓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예수님은 이 땅에 태어나서 그 어린 아이들을 희생되게 했느냐? 왜 하나님은 그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도록 내버려 두었느냐? 그럴 듯한 질문처럼 보입니다만, 알고 보면 질문의 방향이 뒤집혀 있습니다. 이 유아 학살의 책임은 헤롯 대왕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3.

요즈음 우리는 북한에서 일어난 일들을 지켜 보며 치를 떨고 있습니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고모부를 공개 처형한 그 젊은 지도자의 모습을 지켜 보며 우리는 심란함을 느낍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빛은 섬뜩합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할지 염려가 되고, 또한 그가 자신의 권력욕에 눈이 멀어 어떤 도발을 할지 걱정이 됩니다. 아버지 일 주기 기념식에 서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저는 '탐욕'(greed)을 보았습니다.

이번 순례 여정 중에서 가장 자주 생각한 것이 인간의 탐욕 혹은 욕심이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인간의 탐욕의 산물이었습니다. 가이사랴에 세워진 로마식 경기장과 극장 그리고 건축물들(사진 2), 므깃도에서 본 수 없는 전쟁의 흔적들(사진 3), 마사다 요새에 세워진 헤롯 대왕의 별장(사진 4), 그리고 제라시에 남아 있는 로마식 건축물의 잔해들(사진 5)을 보면서 저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인간의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 

오늘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전쟁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만 해도 그렇습니다. 한국 전쟁 이전까지 평균 5년에 한 번씩 전쟁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60년이 넘도록 전쟁 없이 살고 있습니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후, 지역적인 작은 전쟁은 있었지만 세계 전쟁은 반 세기가 지나도록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저같은 사람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행운아라 할 수 있습니다.

전쟁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서 탐욕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거나 과거보다 덜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군사력으로 다른 나라를 점령함으로써 탐욕을 충족시키는 것이 과거의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 탐욕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현대판 므깃도는 뉴욕의 월스트릿일 수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탐욕이 그곳에서 충돌하고 또한 해소됩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판 므깃도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크고 작은 욕심들이 가정을, 교회를, 회사를 그리고 나라를 파괴시키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인간사란 결국 크고 작은 욕심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얼마 전, 교우 한 분이 제게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라는 소설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지 지난 주, 눈에 갇혔을 때 그 소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소설의 한 대목에서 작가는 제가 느끼고 있는 동일한 느낌을 등장 인물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역사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중에 김현곤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의 역사란, 중국이나 유럽이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서로 죽이고 죽은 것의 기록의 전부예요. 인간의 역사를 생각하다 보면 인간이란 결국 이런 정도밖에 안 되는 존재인가 하는 회의에 빠질 때가 가끔 있어요. (2권, 228쪽)

작가들은 등장 인물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곤 합니다. 이것은 한 등장인물의 말이지만 작가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이번 순례 여정을 통해 뼈저리게 체험한 진실을 소설에서 만나게 되어 참 반가웠습니다. 너무 비관적인 표현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역사에 위대한 일을 이룬 사람이란 대부분 탐욕의 정도가 그만큼 큰 사람이었고 또한 그 탐욕을 이룰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성탄절에 너무 우울한 이야기를 해서 참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작년 이맘 때 일어난 일을 기억하십니까? 2천 년 전에 베들레헴에서 일어난 일과 유사한 일이 샌디 훅 초등학교(Sandy Hook Elementary School)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세상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인간의 탐욕은 더 커졌고, 탐욕을 충족시키는 방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또한 은밀해졌습니다. 이것만을 생각하면 조정래 작가가 말한 대로 인간은 참으로 별 것 아닌 존재요 인간의 역사 또한 별 의미가 없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읽은 말씀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크고 작은 탐욕으로 얽히고 설켜 돌아가는 것이 세상사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렇게 얽히고 설켜 아무 방향도, 아무 원리도 없이 돌아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것 배후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성경은 바로 그 진실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오늘의 이야기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은 헤롯 대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를 그의 탐욕에 내버려 두면서도 역사의 방향을 이끌어 가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인간을 창조하면서 자유 의지(free will)를 주시기로 결정하셨을 때 하나님께서는 이같은 악의 가능성을 허락하셨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그분의 뜻을 따라 살아갈지, 하나님에게 등지고 자신의 욕심이 따라 살아갈지, 인간의 자유 의지에 맡겨 놓으셨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손을 떼고 팔짱 낀 채 지켜보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하나님은 역사를 인도해 가십니다.

오늘의 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듯, 헤롯 대왕이 선택하고 결정하는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 같지만, 중대한 지점에서 항상 일이 틀어집니다. 왕으로 태어난 아기를 살해하려고 동방박사들에게 거짓말을 했지만, 동방박사들은 하나님의 지시를 받고 그를 피해 귀국해 버립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린 헤롯 대왕은 잔인한 유아 살해를 통해 불행의 씨앗을 철저히 제거하려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미 이집트로 피신한 후의 일입니다. 헤롯 대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중병에 걸려 죽게 됩니다.

성탄을 축하한다는 것은 바로 이 진실을 확인하고 선포하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역사의 주인은 헤롯 대왕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라는 것!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은 힘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살피고 순종하는 소수의 사람들이라는 것! 지금의 현실은 힘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은 하나님의 뜻대로 만들어져 간다는 것! 이 진실을 믿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믿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믿음이 분명하다면, 우리는 악인들이 득세하고 악인들의 마음대로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정세를 보면, 하나님이 어디 계신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어린 지도자와 불의한 권력자들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믿음의 사람들은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압니다. 북한의 동포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은밀하게 길을 마련하고 계시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 불의한 권력의 종말이 멀지 않았음을 믿습니다. 북한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개인적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살다 보면 때로 악으로 똘똘 뭉친 것 같은 사람과 얽힐 경우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힘은 강하고 나의 힘은 약할 때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들을 겪어야 합니다. 억울함은 더해 가는데 그 억울함을 풀 길 없을 때, 우리는 낙심하고 절망하고 때로는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믿음의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또한 불평하거나 저주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바로잡아 주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내 삶의 주인은 그 악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성탄의 메시지를 정말로 믿는다면, 우리는 동방박사처럼 그리고 요셉처럼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 뜻을 따라 행하는 '신실한 소수자'(faithful minority)에 속하기를 기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말은 자신의 탐욕을 부정하고 하나님의 뜻을 살피고 그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산다는 말입니다. 재력을 가진 사람이나 권력을 가진 사림이 자신의 탐욕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위해 그것을 사용한다면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런 힘이 없어도 상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약한 자를 들어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신다고 했습니다. 가진 것이 하나 없어도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편을 택할 때,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을 통해 큰 일을 이루십니다.


5.

그렇게 '신실한 소수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베들레헴의 한 언덕 위에 세워진 '예수탄생교회'(사진 6)에서 하나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수탄생교회'는 지난 주에 소개한 '성묘교회'와 유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후 132년에 유대인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 로마 황제 하드리안이 골고다 언덕에 비너스 신전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로, 베들레헴의 한 언덕 위에 미의 여신인 아도니스 신전을 세웁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그 언덕에 있는 동굴에서 예수님이 태어나셨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부활승천하신 후 100년도 되지 않아서 그런 전통이 생겼다면, 그곳이 실제로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로부터 약 200년 후, 예수님의 발자취를 밟기 위해 팔레스틴에 왔던 콘스탄틴의 어머니 헬레나가 아도니스 신전을 허물고 기념교회를 세우게 합니다. 그것이 '예수탄생교회'의 시작입니다. 헬라나가 지은 교회는 약 200년 후에 파괴되었지만, 약 200년 후에 다시 재건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서 있는 '예수탄생교회'는 무려 1,400년이나 세월의 풍상을 겪고 살아남은 것입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제단에서는 미사가 드려지고 있었고, 순례객들은 촘촘히 늘어서서 예수께서 탄생했다는 동굴로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사진 7). 얼마나 사람이 많던지, 멀고 먼 순례를 했던 동방박사의 심정이 아니면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마침내 지하로 통하는 좁은 통로로 들어가니, 그곳에도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태어나셨다는 자리 바닦에 은으로 별을 만들어 놓았는데(사진 8), 그것을 만져 보려는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성묘교회'에서와는 달리 저는 그곳에서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보이는 모습들이 하나같이 눈에 거슬리기만 했습니다. '겨우 이것을 보자고 그 지루함을 견뎠나' 싶었고, 마치 그 별이 무슨 성물이나 되는 듯이 만지고 비비고 입을 맞추는 사람들의 모습도 거슬렸습니다. 어떤 여인은 가지고 있던 핸드백을 그곳에 슥슥 문지릅니다. 그 핸드백에 돈이 가득 찰 것을 기도했을 겁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쉽게 미신으로 둔갑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예수탄생교회'에 대한 기억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있습니다. 교회로 들어가는 문(사진 9)입니다. 그 거대한 교회로 들어가는 문의 높이가 1미터 20센티밖에 되지 않습니다. 원래는 그 문이 높고 넓게 지어졌는데, 말을 타고 드나드는 것을 막기 위해 좁고 낮게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그곳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상징입니다. 진정한 믿음이란 예수 그리스도 앞에 홀로 서서 겸손히 머리 숙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그분 앞에 홀로 서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누구에게는 심판이 되고 누구에게는 구원이 됩니다. 그것이 심판이 아니라 구원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그 때가 오기 전에 우리 스스로 그분 앞에 나아가 홀로 서야 합니다. 그리고 그분에게 고개 숙이고 고백해야 합니다. 당신은 나의 왕이십니다라고. 당신은 나의 주인이십니다라고. 당신이 나의 전부이십니다라고.

이 고백이 진실할 때 매일 주님과 동행하며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따라 살 수 있습니다. 매일 주님과 동행할 때에만 그분이 주시는 구원이 무엇인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살 때 우리는 주님이 찾으시는 신실한 소수자가 되어 동방박사처럼 혹은 요셉과 마리아처럼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렸습니다. 식욕도 없고, 잠을 자는 것도 시원치 않습니다. 그러니 매일의 일상이 고역입니다. 그러던 중, 실력 좋은 의사를 만나 원인을 발견했고 또한 약도 처방 받았습니다. 약병을 받아들고는 "아, 이 약이 나를 구원할거야!" 하고 기뻐합니다. 그는 약병을 식탁에 올려 놓고 매일 그 약병을 바라보면서 고백합니다. "너야 말로 내 병을 치료할 구원자다." 하지만 그렇게 고백만 할 뿐 약을 먹지 않습니다. 고백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병이 깊어져만 갑니다. 지쳐 허덕일 때마다 그 사람이 생각합니다. "그 의사가 한 말은 다 거짓말이었나? 저 약도 소용이 없네."

제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어 보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 이야기가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구원자라고 알고 있는 것과 그 앞에 홀로 서서 고개 숙이고 고백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것과 실제로 주님과 함께 매일 동행하며 사는 것도 전혀 다른 일입니다. 매일 주님과 함께 동행하는 데까지 가야만 그분이 주시는 구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자신의 삶을 통해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6.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인류의 구원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여러분은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혹시 사람들 틈에 끼어 멀리서 예배 드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그분이 과연 우리의 구원자이시라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 온 동방박사들처럼 그분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분 앞에 홀로 서서 머리 숙여 "당신은 진실로 저의 왕이십니다"라고 고백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고백대로 매일 주님을 왕으로 모시고 살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성탄에 그와 같은 믿음의 도약이 일어나기를 기원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그분 앞에 홀로 서서 고개 숙여 그분을 왕으로 모셔 들였습니까? 또한 매일 그분과 동행하기 위해 힘쓰고 계십니까? 잘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우리의 믿음을 확인하십시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믿는 것입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아는 것입니다. 힘을 가진 사람들의 악의가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그분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소수의 사람들이 역사를 빚어 가는 것임을 믿는 것입니다. 매일 주님과 함께 동행하며 살아가는 것은 바로 이 신실한 소수자에 속하는 것입니다.

부디,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 앞에 진실하게 머리 숙이고 그분을 왕으로 고백하고 또한 그렇게 매일을 살아감으로 우리의 욕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왕으로 오신 주님,
저의 왕이 되어 주소서.
매일의 저의 삶을
주님께서 다스려 주소서.
저의 삶이
저의 욕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님의 뜻을 위해 
사용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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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회자료> 2013년 12월 22일 주일 설교 '성지묵상 연속설교'(8)
"신실한 소수자"(Faithful Minority) 

1. 찬송을 부르며 시작합니다. 120장(통 115)
2. 한 사람이 대표로 기도합니다.
3. 마태복음 2장 전체를 읽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들을 살펴 봅니다. (10분)
4. 말씀의 요약 (한 사람이 말씀을 요약하여 발표합니다. 10분)
5. 말씀의 나눔 (한 질문에 대해 15분 정도를 할애하십시오. 전체 나눔 시간이 90분을 넘지 않게 하십시오.)
1) 오늘의 말씀을 통해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으면 한 가지만 나누어 주십시오.
2) "인간의 역사는 탐욕의 역사다"라는 정의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느낍니까?      
3) 인간의 악의와 폭력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라고 믿습니까? 왜 그렇게 믿는지 설명해 보십시오.     
4) 신실한 소수자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당신의 말로 설명해 보십시오.        
6. 기도
1) 북한을 위해 기도하십시오.
2) 신실한 소수자로 살게 해 주시기를 기도하십시오.    
7. 중보기도
돌아가면서 기도 제목을 나누십시오. 각자 다른 사람의 기도 제목을 적어 두고 매일 한 번씩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십시오. 
8. 찬송을 부르며 헌금을 드립니다. 94장(통 102)
9.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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