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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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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방문객을 위해 지어 놓은 '게스트 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미국인 자선가가 사탕을 가지고 와서 나누어주다 아이들 틈에 깔
려 죽은 나라, 에티오피아를 탤런트 김혜자씨가 다녀와 가이드포스
트 95년 3월호에 쓴 글입니다.
현지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짚으로 대강 듬성듬성 엮은 움막 안
으로 들어서자 거기에는 다섯 식구가 신음하듯 누워있었다. 아버지
로 보이는 깡마른 남자의 모습은 사람 같지가 않았다. 앙상하게 튀
어나온 뼈, 푹 꺼져버린 눈꺼풀,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그의
배 위엔 조그맣고 새까만 갓난 아이가 엎드러져 있었는데 아버지나
아기가 모두 병든 것 같았다. 그 옆에 웅크리고 있는 세 아이 역시도
그다지 나아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먹을 것을 얻으러 나갔단다.
"이 사람들은 삶과 죽음을 동시에 기다리고 있어요. 누군가 도움
을 주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죽는 거지요." 땅에 묻어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난 약과 죽을 먹여주며 인간이 왜 이렇게까지
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어 르박 천막 난민 수용소를 방문하였다. 가뭄과 내전을 피해온
5천 여명이 수용되어 있었다. 너덜너덜한 대형 군용 천막에는 수백
명의 난민들이 뒤엉켜 살고 있었다. 먹을 것, 입을 것도 없었지만 너
무나도 불결해 천막은 마치 큰 오물통 같았다. 그들은 입 주위에 새
까맣게 파리를 붙인 채, 비가 새 질퍽한 땅 바닥에 담요도 없이 그대
로 누워 오들 오들 떨고 있었다.
그 때 한 아이의 모습이 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엄마 품에 안
겨있는 그 사내아이는 세살 박이 치고는 너무 작아서 겨우 생후 7-8
개월 정도로 보였다. 영양실조로 발육이 안 된 상태였다.
그 아이는 엄마 품에 안긴 채 무언가를 오물오물 씹고 있었다. 자
세히 들여다보니 그 조막 만한 손에 작은 감자 한 알이 꼬옥 쥐어져
있었다. 먹을 힘은 없어도 결코 놓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아, 이 어린 것도 살고 싶어 이렇게 몸부림치는구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이의 엄마도 내 옆에서 아이를
꼬옥 안은 채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까만 얼굴 위로 투명한 눈물이
투두둑 떨어졌다. 아기가 아파도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엄마의 심
정이라니…. 자식이 아프면 대신 아프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 아
닌가?
이 글을 읽고 있노라면 김혜자씨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온다. 그녀
는 일상생활로 접어들면서 '어느새 방문기간 내내 흘렸던 눈물들도
나의 기억 저 편으로 점점 밀려나고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소말리아에 함께 가자는 제의를 받고 갈등했던 자신의 모습도 솔직
하게 적고 있습니다.
'그래, 왜 내일도 아닌, 다른 세계의 일로 그 땅을 떠나며 느껴야
했던 분노와 수치스러움을 다시 느껴야하는가말야!'
그 갈등 중 소말리아에서 있었던 유박사와의 만남을 추억합니다.
[그 곳 난민촌에서 17년 동안의 '봉사'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
었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 분은 그냥 미소만 띄었었다. 우리 일행이
떠날 때 그는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다만 척박한 이곳 사람들 마음
속에 사랑이 전해지길 바랄 뿐이에요."]
'나'라는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주님께 나의 마
음에 용기와 사랑을 더하여 주십사 기도하며 소말리아 사절단에 합
류하는 것으로 이 글은 끝이 납니다.
조현삼목사(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